직장 생활의 8할은 보고다.
물론, 실제 보고는 2할에도 못 미치겠지만,
자신이 평가되는 지점의 8할 이상이 보고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해한다.
자신은 열심히 일 했는데, 보고를 잘 못한 탓이라고...
보고 또 보고
특히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보고의 비중과 중요성은 높아진다.
얼마나 일을 잘 했는지는, 노력의 과정이 아닌
보고의 노련함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마주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자를 앞에 두고 하는
어려운 보고 자리뿐만 아니라,
매일 접하는 상사에게 하는 일상적인 보고도 마찬가지다.
많이 알고 있는 것과 보고를 잘 하는 것은 별개다.
대부분 보고에 실패하는 것은
자신의 관점에서 보고하기 때문이다.
보고를 받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혀.
보고라는 것이
자신의 수고의 결과와 상사가 얻고자(알고자) 하는 것
이에서 이루어지는 접점, 즉 Interface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여기에 UI(User Interface)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당신과 상사와의 Interface가 '보고'의 형태일 뿐이다
즉,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듣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시민 작가가 다른 많은 지식인과 다른 점은
무언가를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면서 그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귀에 쏙쏙 이야기가 꽂히는 이유이다.
직장인들이 흔히 보고에 실패하는 경우는 다양하겠지만,
여기 자주 보이는 3가지 요인을 살펴보겠다.
1. 보고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
대부분 보고를 실패하는 첫 번째 요인은
보고의 목적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보고의 목적이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한 것인지,
의사결정을 받기 위한 자리인지,
단순히 의견을 듣고자 하는 자리인지 혼동하는 사람은
보고의 핵심이 사라지고 논점을 쉽게 놓치기 쉽다.
한마디로 '횡설수설'하게 된다.
2. 나만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
두 번째 경우는,
보고받는 사람이 자신과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보고해야 할 내용을 얘기하기 전에
보고 받는 사람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이 보고 준비가 어떤 정황에서 이루어졌는지
배경을 공감시키거나 적어도 리마인드 시켜줄 필요가 있다.
양자가 같은 페이지에 서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보고가 간결해지고,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혼자 신나서 진도를 뺄 경우에는, 듣는 이는
뭔 소리인가 싶을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3. 너무 상세하게 보고하는 경우
세 번째 경우는,
고민했던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보고할 경우이다.
모든 상사는 기본적으로 '결론'만 듣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장황하면 지는 거다.
그래서 결론이 뭔가?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들일 수록
간추린 내용을 듣고 싶어 한다.
하나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압축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이 보고하는 것은
그만큼의 수고를 어필할 수는 있겠지만,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상사는
그 수고를 대신하여, 자신의 판단을 심플하게 해주는
직원이 이뻐 보일 수밖에 없다.
Communication Cost가 높은 조직일수록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이 낮아진다.
신경세포의 뉴런이 말초 신경의 자극을 뇌에 빠르고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뇌는 신체에 적절한 대응을
지시하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고'는 bottom up의 중요한 Interface일 뿐만 아니라,
Communication의 흐름을 좌우하는 조직의 중요한 접점이다.
위 3 가지만 명심하면,
적어도 연말에 너무 억울해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
화려한 말발이나, 수려한 미사여구는
보고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감이 좌우한다.
물론, 이 모든 것 위에는
상사의 역량과 인간성이 우선하기 마련이지만,
이것은 논외로 하기로 하자.
그건 답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