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진정한 고수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본질인지 알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을 접하면
나의 지적 능력이 형편 없구나라며 자책했던 적이 많았다.
도무지 넘어가지 않는 책장을 보며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들과
명확하지 않은 개념들이 나의 탓인줄만 알았다.
고등학교 때 만난 수학 선생님과
대학때 만난 타이포그래피 교수님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수학의 원리를 그렇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
동일한 문제를 전혀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 분이셨고,
타이포 교수님은 디자인의 감각적인 영역을 이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해준 분이셨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현학적인 말이나 글이 보여주는 난해함과 모호함은
어설픈 자들의 알량한 지식을 그럴듯하게 표현하려는
위장전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어렵게, 대단한 척, 전문 용어를 난발하며 풀어낸,
논문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딱 한가지였다.
어때? 나 전문가 같지?
내가 찾아본 수 많은 논문들에는
전달하려는 핵심이 명확한 논문은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
논문의 형식을 따를 뿐 짜집기로 범벅된 거품 투성이였다.
그 후로 난 논문 쓰기를 그만두었다.
직장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말만 그럴듯이 얘기하면서 핵심이 없는 사람들,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얘기만 자기 것처럼 하는 사람들,
장황하게 얘기하지만 요점이 없는 사람들...
보고서가 30장이 넘어도
무엇을 얘기하는지 전달이 안되는 자료들,
사례와 근거는 넘치지만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문서들,
손에 잡히지 않는 모호한 개념의 형용사만 늘어놓는
있어빌리티 문장들...
뭘 얘기하고 싶은 건가요?
이런 보고서들은 거품을 빼고 걷어내면
결국 남는게 별로 없다.
보통 이런 자료들이 남발하는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습관적으로 일하거나, 형식에만 맞춰서 칸 채우기식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또는 말하고 싶은 내용은 있지만
이것을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래 3가지를 유념하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1. 문서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라.
- 무엇을 위해 이 보고서(문장)을 쓰는가?
2. 중2 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하라
- 전문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표현인가?
3. 다르게 해석될 표현은 없는가?
-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이해될 단어는 없는가?
무엇보다 중요한건
작성자 중심이 아니라, 그 말과 글을 전달할 대상을
중심으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결국은 핵심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