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
내가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할 즈음에는,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주 5일 근무를 일부 회사에서만 시작하고 있었다. 운 좋게 주 5일 근무를 시행하는 회사에 첫 입사를 한 내게는 토요일에 출근해야하는 몇몇 지인들의 주말이 안타깝기도 했고 무척 짧게 느껴졌었다.
"토요일 오전 반나절 더 일한다고 성과가 더 좋을까?"
가끔 술자리에서 (부럽게도) 일부 유럽에서 선행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 4일 근무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는데, 이 주제는 늘 이런 논쟁으로 마무리 된다.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금요일이 좋을까? 수요일이 좋을까?
이 때 꼭 한쪽에서 얼굴을 찡그리는 친구들이 있다.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다. 이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벌써부터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있어서는 안될 일을 얘기하고 있다는 투로 직장인의 행복한 상상을 씁쓸해한다.
과연 정말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는 인류 문명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근거를 '사기와 거짓말'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이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낸 허구의 개념을 언어를 통해 집단적으로 전파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종교와 국가의 개념도 세상을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실존하지 않는 허구이며, 화폐와 자본주의도 인간이 집단적으로 믿고있는 상상 속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믿게 함으로써 엄청난 규모의 집단을 통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대에 시작된 의무 교육은 인류가 갖춰야할 필수 개념을 차곡차곡 주입시키는 시스템이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을 모두의 상식으로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한 체제의 기틀이 되어왔다.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해야할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앞으로는 사람의 두뇌로 했던 일을 인공지능으로 하나씩 대체 된다고한다. 이렇게 문명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정해진 출근시간에 야근까지 불사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야할까?
무언가를 하는 척하며 보내는 시간
하루 8시간은 정말 필요한 시간일까? 우리는 하루에 정말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일까? 하루 8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중요하지도 않은 무언가를 애써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많이 채워진다고 생산성이 올라갔던가?
단순히 일을 적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생산성있게 일이 되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땡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슬그머니 눈치보며 퇴근하지 않고도 집중력있게 의미있는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채우기위해 억지 일을 만드는 것을 줄이고 정말 필요한 일에 시간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더 잘한다고해서 그 일이 중요해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라고해서 그 일이 더 중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더 적게 일하고 더 자유로워져야 성과가 올라갈 수 있다. 시간에 비례하는 일이라면 그건 기술로 대체될 일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꼭 해야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생산적인 것처럼 느끼기위해 만들어내는 일을 피해야한다. 또는 정말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다른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만들고 있지 않나 반성해야 한다.
분명 절대시간이 필요한 일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처리되어야하는 업무도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인간의 노동을 무의미한 허구의 시간의 틀에 맞춰 소모적으로 의미없이 날려버리는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주 4일 근무의 시대가 올거라 믿는다.
그리고, 줄어든 하루는 수요일도 금요일도 아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요일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에겐 선택할 자유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