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켓몬 퀘스트라는 게임을 해봤습니다. 3마리의 포켓몬이 뭉쳐 상대 포켓몬들과 싸우며 경험치를 쌓고 새로운 동료를 모으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진행 중일 때 포켓몬의 체력, 공격력 외에도 마비, 화상, 잠듦 등 현재 상태가 어떤지 보여줍니다. 상태를 UI로 바로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라운드 난이도에 비해 어떤 포켓몬이 약한지 혹은 이번 라운드가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있고, 만약에 죽게 되면 다음 라운드에서 더 적합한 포켓몬과 아이템을 세팅해 더 수월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자신이 포켓몬이라고 생각해봅시다. 함께 일을 하는 동료는 어떤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아시나요? 그들은 지금 하는 업무에 대해 보람을 느끼며 하고 있을까요?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는 자주 마주치며 대화하더라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 그리고 협업하는 동료가 얼마나 행복한 스프린트를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스포카에서는 스프린트를 도입한 지 4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생경함이 있었는데 그간 IT 스타트업에서 스프린트로 일하는 팀이 많아져서 현재는 흔한 업무 방식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애자일 회고도 2014년 즈음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팀별 주기는 다르지만, 디자인팀의 경우 월간으로 애자일 회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스프린트 회고에서는 다음 스프린트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를 세웁니다. 가령 일의 양을 가늠하기 쉽도록 이슈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하자거나 이슈가 예상보다 훨씬 방대한 양이라면 팀원이 제동을 걸어 단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등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스포카 디자인팀은 공통적인 스프린트 목표를 세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기존 전통적인 회고 방식이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챕터(직군)보다 스쿼드(제품 팀)로서의 업무가 더 중요한 방향으로 사내 업무 환경이 변화했고, 업무 외 상황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멘탈 관리가 필요한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의 온도 측정이 디테일하게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스쿼드도 중요하지만 스포카 디자인팀은 챕터 간의 팀 빌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더욱이나 팀원들이 큰 좌절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회고 주기를 주간에서 월간으로도 변경해보기도 하고, 아젠다 논의 시간을 더 가져보기도 하며 회고 형식을 지속해서 수정해나갔습니다.
그러다 다른 회사에서 해피아워라는 이름으로 점심시간마다 팀원들이 함께 식사하며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온도 체크하는 활동을 한다기에, 우리에게도 접목해보면 좋겠다 싶어 온도 체크를 중점적으로 할 수 있는 애자일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스크럼과 애자일을 코칭해주는 회사인 Agilistic의 Christiaan Verwijs가 쓴 애자일 팀: 행복 메트릭스가 아닌 팀 사기를 측정하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조직심리학을 전공하고 일 만족도와 조직 복지(well-being)를 측정하는 컨설턴트 경력자입니다. 최근에 써진 따끈따끈한 글은 아니지만, 시대를 타지 않는 글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읽어보시길 권장하지만,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애자일은 팀워크가 중요하고 인간적인 측면이 있기에, 행복한 팀은 꾸준히 효율적으로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행복한 팀인지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요? Christiaan은 행복이라는 개념은 측정하기 유용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해석이 달라 각자 다른 의미의 응답을 줄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때 일과 무관한 것일 수도 있고 팀에서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작업과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통계적으로도 행복을 측정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팀이 얼마나 행복한지 어떻게 제대로 측정하는 걸까요? 바로 팀 사기(Morale)라는 개념을 이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Christiaan Verwijs의 글에서 소개하는 팀 사기 측정법을 저희는 해피아워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VD팀에서 2017년 9월부터 월간 회고 대신에 주 1회 스프린트 회의 전에 하고 있으며, 현재는 VD팀이 속한 제품 팀에서도 자체적으로 전통적인 회고와 번갈아 가며 진행해보고 있습니다. 목표 도출보다는 팀원들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쉽게 말하면 온도 측정을 중심으로 하는 회고 포맷입니다.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저희 팀에 맞게 포맷과 진행방법을 최적화했습니다. 이를테면, Christiaan의 방법에서는 익명으로 진행하지만, 저희는 구두로 이야기하면서 합니다.
수정한 버전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참고로, 진행 과정 중 3~4번은 바로 팀의 평균 사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스프레드시트에 계산되도록 해 시간을 절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피아워는 상태 파악에 초점을 맞춘 포맷이기에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진행하고 다음 스프린트 계획에 참고하는 용도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팀 케어에 도움이 되었느냐 묻는다면, 해피아워를 여러 번 함께한 동료들의 아래 감상들을 읽어보시면 답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해피아워는 회고와 성격이 다르고 대체재가 아니기 때문에 팀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해피아워를 반년 이상 진행하며 재미있었던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은 날씨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기본적으로 점수가 향상되더군요. 다른 회사 제품팀에서도 이러한 애자일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을 시도하고 계시는지, 여러분이 발견한 재미있는 점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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