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퍼센트에 매달 2, 4주 수요일에 무작위로 4명을 묶어서 함께 식사를 강제(?)하는 문화가 생겼다. 우리는 이를 "특별한 점심"이라고 부른다.
지난달 진성광 님의 세미나가 인연이 되어 우아한 형제들 김범준 CTO를 만나 뵙고 왔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는데 그중“팀 간 정보 공유를 어떤 식으로 하나요?"라는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하나가 "랜덤 점심" 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8퍼센트에 도입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광화문으로 이사를 하고 나니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퍼센트에는 지난 6개월 동안 10명이 넘는 사람이 입사해서 이제 전우가 25명이 넘었다. 그에 따라 그전과 비교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첫 번째로 업무에 대한 이해의 단위가 개인에서 팀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시 말해 10명 정도에서는 각각의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았다면, 이제는 개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기는 어렵고 팀 단위로 어떤 일을 하는지만 알게 된다. 이제 내가 어떤 일을 해결해야 할 때 적당한 컨택 포인트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두 번째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고객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다. 개발팀의 기준으로 보면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기능이 실제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알기 힘들어진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고객을 담당하시는 분들 기준에서 보면 개발팀이 뭔가 바쁜 것 같기는 한데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들은 제때 구현이 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광화문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사무실의 공간에 여유는 생겼지만 정보 공유는 더욱 힘들어졌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8퍼센트의 첫 반상회(8퍼센트는 간부모임을 이렇게 부른다) 때 "특별한 점심"에 대한 의견을 냈다. 대표님은 별다른 것을 묻지 않고 일단 한번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역시 실행의 아이콘이다. 석환님이 공지글을 작성해 주시고, 점심팀 발표는 세바님께 부탁드렸다. 사람들의 "나이, 성별, 팀"을 고려해서 최대한 섞일 수 있도록 점심팀 구성을 요청드렸다.
2주차 월요일 점심이 되어 공정성을 위한 사람들의 감시(코드리뷰를 포함한) 속에 첫 번째 팀 구성이 발표되었다. 각 팀의 막내에게 메뉴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기에 누가 각팀의 막내가 되느냐가 핵심이었다. 나는 8퍼센트의 목소리를 담당하시는 상냥한 CS팀의 지아 님, 8퍼센트의 홍보를 담당하시는 준협 님과 한 팀이 되었다. 지아 님과는 입사 후 첫 번째 점심식사였고, 준협 님과도 최근 한 달 정도는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기대되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수요일이 되어 막내 지아 님이 골라주신 회사 근처의 "바스 버거"로 갔다. 자리에 앉아서 햄버거를 시키고 나니 지아 님이 수줍게 선물을 건네주셨다.
특별히 남자 두 분을 위해 준비하셨다고 하니 뭔가 감동이다. (뜬금없지만 지아님을 소개 받고 싶으신 분은 연락 달라) 이런 귀여운 선물을 받아 본 것이 언제인가 싶기도 하다.
(아저씨들을 위한 특별 아이템!)
귀여운 봉지에는 늠름한 건담 방향제가 들어있었다. 아아. 복숭아 향이 나는 건담이라니.
즐겁게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가족에서부터 우리 회사의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각자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들어보고 마음속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도 연결 지어 보았다.
(매번 다른 사람의 사진을 올리시는 준협님을 이번에는 내가 올려본다)
식사를 하고 회사로 돌아오는데 다들 미션을 완료하셨는지 사진을 찍어서 슬랙에 올리신다. 모든 사진이 즐겁다. 내가 그린 모습이 회사 문화에 녹아드는 것을 보니 참 뿌듯하다. 내가 구성원들에 영향을 주고 있고 회사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회사 동료분들께도 종종 이야기한다.
여러분이 원하는 회사로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우리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첫 번째 특별한 점심에서 내 마음대로 뽑은 베스트포토로 글을 마무리한다. 갓 제대한 군인과 동네 바보형 그리고 혼자 잘 나오고 싶은 막내의 즐거운 조합이다. (그러고 보니 맥주도 마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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