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면접 때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나도 종종 면접자분들께 물어보는 질문이다. 사실 “저는 쉽게 잠이 듭니다.” 같은 것도 장점이 된다. 하지만 면접 시에 물어보는 이 질문은 회사에서 다른 사람 대신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점, 즉 강점을 묻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쉽게 답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한참을 망설인 후에 “저는 사람들과 잘 지냅니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합니다.” 정도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나에게도 한번 물어보자.
나의 강점이 무엇일까?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못한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그 과정을 통해 어떤 강점을 만들어 왔는지는 말하기 쉽지 않다.
8퍼센트에는 여러 개의 스터디가 있다. 그중 ‘토독토독’이라는 스터디가 있다. 인사/조직문화에 대한 책을 읽(독)고 (토)론을 하는 스터디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읽고 스터디를 진행해 왔고 (언젠가 이 이야기도 할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스터디 멤버들과 테니지먼트 워크샵에 참여했다.
TANAGEMENT는 Talent Management이 합성어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자신만의 탁월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동명의 회사와 이 비전에 대해 차음 듣게 된 것은 영학이의 소개로 만난 윤성대 대표님을 통해서였다.
당시 윤성대 대표님은 이 재능을 발견해 주는 도구를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하고 싶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동의가 되진 않았고, 그저 지금까지 몇 번 경험해 본 설문조사에 기반해 사람을 분류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짧은 워크샵을 통해 이 생각이 바뀌었고, 나의 강점에 대해 고민해 보고 이를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워크샵은 영학이가 최근에 오픈한 서점 '디파지트'에서 열렸다. 근처에 도착하니 "여기가 뭐하는 곳이야?" 하고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 책방입니다~" 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겉에서 보면 카페 같은 느낌이다.
내려가니 이미 워크샵이 진행되고 있었고, 입구에서 나의 “Tanagement Report”를 건네받았다.
김봉준 대표님의 강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강점은 왜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며, 욕구와 재능과 강점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 강의를 재미있게 들으면서도 나의 강점이 적혀 있다고 하니, 왠지 점 짐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자꾸만 리포트를 들춰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장 앞에 앉았던 터라 들춰보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강의를 들으며 기다렸다.
드디어 리포트를 읽을 시간이 왔다. 8분 동안 읽어 보라고 하신다. (요즘 8이라는 숫자에 민감하다. ㅎㅎ) 내 리포트를 집중해서 읽었다. 리포트를 읽으면서 안도감과 해방감이 들었다. 오랫동안 나를 지켜봐 온 친구를 만난 것 같기도 하고, 멘토에게 귀한 조언을 얻은 느낌도 들었다. 내 리포트에 대해서는 뒤에서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해보겠다.
이 도구는 개인이 자신의 욕구를 알고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팀 단위로 성과를 내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 아래는 오늘 참여한 8퍼센트 토독토독 멤버들의 Tanagement Wheel이다.
업무의 추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효진님과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분들이 잘 채워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은 부족한 역량인지라 팀에 해당 역량을 가진 분을 조인시킬 수 있으면 팀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의가 된다. 일의 특성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어떤 일이 시작되어 완성되기까지는 위의 붉은색으로 표현되어 있는 역할들이 모두 필요하다. 이 역할들은 결국 누군가가 맡게 되는 부분이고, 그 역할에 강점이 있는 사람들이 그 일을 했을 때 퍼포먼스가 나는 법이다.
워크샵을 마치고 나서도 윤성대 대표님과 한참 우리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장점을 가지고 나누는 대화는 당연하게도 너무 즐거울 수밖에 없다. 함께 HR일을 하고 계신 두 분의 재능이 HR 업무에 잘 맞다고 하니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동시에 효진님과 나만 만나본 윤대표님이 우리와 다른 두 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동의한다.
저녁을 못 먹고 온지라 워크샵을 마치고 나와서 근처 치킨집에 들어가서는 서로의 리포트를 돌려 보며 서로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것은 정말 맞아"라는 이야기도 하고 서로의 강점을 잘 살려주며 팀으로 서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팀을 운영하고, 회사의 운영에 참여하면서 사람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점점 느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전시켜서 회사와 개인이 동시에 성장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유일한 성공 방법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 도구가 완벽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그리고 동료에 대한 강점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강점을 발전시켜가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할 수 있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끊임없이 고민을 던져준 의미 있는 워크샵이었다.
김봉준 대표님은 리포트를 다시 집중해서 읽어 보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하셨지만 역시 배웠으면 행해야 내 것이 된다. 내 리포트를 살펴보면서 이번 워크샵을 복습해본다.
사람들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욕구는 곧 "내가 하고 싶은 그리고 남들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재능의 기저가 된다. 나의 가장 큰 욕구 6개와 그로부터 발현되는 나의 재능은 다음과 같다.
내가 사회에서 느끼는 욕구는 위와 꽤 일치한다.(집에서 느끼는 욕구와는 꽤 차이가 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의 재능이 위와 비슷한지 의견을 물어보고 싶다. 각각의 욕구를 좀 더 깊게 생각해 본다.
행동하고 싶다.
나는 신중함보다는 행동이 빨랐던 것 같다. 미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있겠지만 행동이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다만 종종 크게 앞뒤를 따지지 않고 행동하기에 함께 일하는 분들이 고생을 하기도 하고, 의미 없는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싶다.
대체로 모든 것에 문제 혹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글의 오타를 찾는 작은 문제도 있고, 잘못된 소프트웨어 설계, 잘못된 조직, 혹은 비즈니스 적인 기회를 찾는 큰 문제도 있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더 낫게 만드는 시작이기에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 내가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발견된 문제를 잘 해결하는가 물어보면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정리하고 싶다.
회의를 할 때면 꼭 마지막을 단순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현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은유도 종종 쓰는 편이다. 단순화시키는 것은 좋아하지만 깔끔하고 완벽하게 하는 것에는 재능이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끌어 가고 싶다.
"나는 이끌어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은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이런 욕구가 분명히 있었다. 뭐랄까 먼저 나서서 하지는 않지만 이끌어 가는 기회가 주워지면 즐거워하며 그 일을 했던 것 같다.
양성하고 싶다.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고, 다름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기쁨을 느꼈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점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 욕구가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강의중에 가장 최근에 분노했던 것이 언제였는가를 물었다. 사람이 분노를 느끼는 지점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나와 같은 팀에서 일하던 주니어 분들이 떠날 때였다. 나의 능력이 나의 욕구를 채우지 못해 화가 났었나 보다.
새롭게 생각하고 싶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 꼭 그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가치가 있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 이러한 생각은 종종 새로운 길을 가는 열쇠가 되기도 하지만 보다 자주 논의를 산으로 데려간다.
내가 가진 이러한 재능은 팀이나 조직에서 발휘할 수 있는 강점으로 이어진다. 내가 가진 강점은 다음과 같다.
추진, 평가, 탐구, 조정, 창조다. 이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추진형 연구자 란다.
왠지 마음에 든다. 서비스 스타트업 CTO에 잘 맞는 강점이 나온 것 같아서 안도의 감정이 든다. 내가 내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싶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궁합이 잘 나온 기분이다.
개발자의 동네에서는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다. 개발 외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과하다. 팀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것,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것이 그렇다. 비개발자 동네에서도 조금 이상한 사람이다. 그들과 새로운 일들을 진행해 나가지만 사고방식은 개발자의 방식이다. 이런 남들과는 다른 나를 위 그래프의 노란색 선 “선천적 욕구”가 잘 보여주고 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과 일을 완성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별 재능이 없다. 하지만 현재 나의 상황은 이런 일들이 많이 요구된다. 그리고 연구 영역에서의 기대가 줄어든 상황이다. 행동판단(점선)과 선천적 욕구(노란색)의 차이가 이런 것을 보여준다고 하니 재미가 있다.
내가 가진 재능을 바탕으로 의도적인 훈련을 하면 강점이 되고 이것이 강화된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도 지금 내가 선택한 직업과 환경에서 나의 욕구들이 채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나의 강점이 강화되겠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 하는 사람일까?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면 내게 맞는 일이란 무엇일까?
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테니지먼트를 한번 찾아가 보시면 좋겠다.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앱도 나온다고 좀 더 편하게 접근해 볼 수도 있겠다. 함께 일하시는 분들께도 이 도구를 권해보고 싶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어 더 탁월한 팀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