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명인사와 기업 연결은 제쳐두고 자선 캠페인이라도 올려야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SIFE. (현 Enactus)
SIFE는 나의 대학시절을 불태워 갈아넣은 곳으로, 비즈니스를 활용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대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좋은 곳이니 홈페이지를 링크: Enactus Worldwide / Enactus Korea)
A head for business, a heart for the world.
전 세계 40개국, 우리나라에서는 약 30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었는데 대다수 프로젝트가 자선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운영하거나 자선적인 성격을 띄고 있었다. 그 중에는 모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았으니 충분히 같이 해 볼만 한 파트너였다.
모금 해보고 싶은 주제는 명확했다.
당시 일본의 한 미친놈이 소녀상에 말뚝을 박는 행태를 저지르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일어났고, 서경덕 교수와 가수 김장훈씨의 활발한 활동으로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을 알리는 활동이 대중화되고 있었다.
마침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고려대의 블루밍이라는 프로젝트와 협력하여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이태원역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를 올리는 모금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다.
*고려대 팀에서는 이후 마리몬드라는 사업이 탄생하였으며, 마리몬드는 국내 및 세계를 향해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디자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상품도 넘나 예쁜 것. (홈페이지)
디자이너분들은 이미 팀을 나가신 상황이라 그나마 포토샵을 다룰 줄 알던 내가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
당시 상세페이지 디자인..... 80년대 교과서를 보는 듯 한 저 그라데이션.
또한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아래와 같이 기사를 썼다.
[보도자료] 위안부 알리는 지하철 광고, 소셜펀딩으로 모금
올해 2월. 두 청년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안국역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지하철 광고가 게재된 바 있었다. 해외에서의 위안부 광고는 몇 번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광고는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제작과 집행에 드는 금액으로 인해 더 연장되지는 못하고 철거되었다.
그런데 최근 위안부를 알리는 지하철 광고를 게재하기 위한 두 번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SNS와 온라인상의 결집력을 이용해 원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동원하는 ‘소셜펀딩’에서다.
8월에 출범한 소셜펀딩 사이트 ‘위제너레이션’에서는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이태원역 스크린도어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광고 게재를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만 원 이상 기부자의 이름은 광고에 직접 게재되며, 삼 만원 이상 기부자에는 위안부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을 이용한 디자인 가방이 증정된다.
이 캠페인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오랜 기간 활동해 온 ‘대구시민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을 이용한 기념품 사업을 진행하는 대학생 브랜드 ‘희움’의 합작이다. 브랜드 ‘희움’의 대표 유민환(고려대, 컴퓨터공학과)군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외뿐만 아닌 국내 외국인들의 인식개선도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 이러한 캠페인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는 자발적인 국민들의 참여와 노력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모금은 9월 9일까지 위제너레이션 홈페이지(http://wegen.kr)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사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사람들이 위안부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라, 꽤 많은 곳에 기사가 났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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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문단 단위로 끊어서 주고, 위제너레이션을 중간과 마지막 문단에 넣었더니 많은 기자분들이 서비스 명과 주소를 생략하셨다. (특히 주소) 기사가 다음 메인에까지 뜨기도 했지만 위제너레이션이 생략되는 바람에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결과적으로 모금을 유도해야 하는 PR 담당자에게는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기자분들께 다시 추가를 부탁드리고, 내용이 수정된 기사를 다시 돌렸다.
그 후 우리가 내는 모든 기사의 맨 앞 줄과 맨 뒷 줄에는, 무조건 위제너레이션의 이름과 주소가 들어가게 되었다. (PR에 대해서는 이후에도 위젠을 하면서 배운 것이 많지만, 별도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우여곡절 끝에, 감사하게도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지하철 광고는 모금에 성공했다.
공익 마케팅 회사 '커뮤니케이션 우디'에서 광고 디자인을 재능기부해주셨다.
그들도 누군가의 딸, 여동생, 어머니였다. 정말 그렇다.
이 광고에는 성공 이후에도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광고를 내거는 동안, 해당 광고에 무궁화를 헌화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한국 지하철에는 일본인 유동인구가 많고 반한 감정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무궁화와 관련 브로셔를 나눠주는 이벤트로 변경했으나 결국 이태원역에서 경찰을 불렀다.
마땅히 알려야 할 일을 알린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오히려 일본인이기에 꼭 알려야 하는 사실이 아니었던가?
살면서 최초로 경찰에게 조사를 받아봤던,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경찰분들은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를 받아가셨는데, 당시만 해도 무슨 줄이라도 그일까봐 살짝 겁먹었다...
하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착하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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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없는 인력으로 복작복작 뭐라도 하고 있던 위제너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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