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는 불편한 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불편한 글에 추호의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
"니가 뭔데 이따위 글을 올리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나도 굳이 시간내서 글을 남기는 것이 귀찮은 사람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이 이야기가 불편하면 그냥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러 가라.
내 이야기말고 참 좋은 성공스토리, 희망적인 이야기,
열정에 기름 붓는 이야기꾼들이 많다.
하긴 정책적인 방향이 창업을 더 독려하고 있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
참고로
필자는 군대 갓 전역하자마자
2002년에 한 번 창업을 해서 약간의 돈도 벌어보고,
직장 생활 두 번 하며, 경력도 좀 쌓고,
1년 하고도 반 정도 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창업자이다.
적으나마 매출도 있고,
월급주고 있는 동료들도 있고,
나름 정부지원도 받고,
시제품, 금형, 사무실도 마련한...
그래도 초기 스타트업치고는 무난하게 생존하고 있는 편이다.
(출처: MBC 무릎팍도사 중에서)
지인들이 창업을 하겠다고 물으러 오면,
"하지마~! 제발~!"
이라고 고딕하게 답한다.
"넌 하고 있잖아"
"그래! 그래서 하지 말라고 쫌~!"
열정으로 창업하라는 말,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하라는 말,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말 따위
믿지마라.
열정?
그거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거다.
단지, 연료가 어느 정도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고
아이디어?
그거 구현 안되면 다 허상이다.
실제로 아이디어 구체화하면서
고객/시장조사 해보면,
거의 대부분 초기 컨셉에서 바뀐다.
혼자 생각한 아이디어일 수록 허점투성이거든.
누구나 쉽게 창업?
하긴 창업절차는 매우 쉽다.
그리고 참 쉽게 망한다.
현실을 말하자면,
동료가 없으면 스타트업 꿈꾸지마라.
혼자 할 수있는 회사가 있긴하다.
프리랜서처럼,
그냥 작게 수익내고,
리스크없이 자급자족식 회사라면
가능하다.
그런데 회사는 성장하면서
분명 사람이 매우 절실해 질 순간이 온다.
(출처: 중앙경제평론사,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 책 표지)
그때,
믿을만한 미들맨이 있고, 없고는
회사존망을 결정한다.
그리고 팀빌딩이 된 상태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팀이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연계라던가
이런 부분들이 관리가 되어야하는데
이거 쉽지 않거든.
게다가 매출이 발생하면
더더욱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뭐 매출발생까지 도달하기도
솔직히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지만...
그리고 자금!
나는 솔직히 정부지원금을 받고
많은 혜택을 받아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받으면,
회사가 약해진다고
받지 말라는 사람들!
참 부럽다.
그분들은 자금이 나올 루트에 대한 확신이 강한 분들이다.
나는 매우 소심하고, 안전제일주의다보니...
불확실성에 내 동료들의 인생과
내 가족의 평화를
담보로 걸고 싶지 않더라.
안그래도 창업한다고
준비한 자체 자금이 조금씩 줄어들어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앞으로 고정자금이 들어갈 곳이 얼마나 많고,
예상 못한 비용까지 감당하기 힘들건데...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자금은 쉬운줄 아나본데...
수많은 창업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서
쟁취하는 과정이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장의 흐름과 이슈도 따라줘야한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자기는 정부지원금 받게 됬는데,
그 시스템이 안 맞아서 중도에 포기했다'라고 적은
글을 보고,
어느 정도 공감은 하면서도 무모한 대표라 생각한다.
글의 내용은 경쟁을 뚫고 결국 정부지원금을 받기로 됬는데
지원제도와 담당 공무원과 마찰로 '욱해서' 관뒀다랄까?
(참고로 그 분이 욱했을 당시, 나도 그 자리 한 구석에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분의 글에는 자금이 부족해서 사업을 접었다라고 글이 올라오더라.
시제품 만들 돈이 없어서, 외주 맡기려니 돈이 없어서...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는 정부지원금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외주도 맡기면서, 제품생산 인프라도 구축하고,
좋은 기회와 인연이 늘어나면서
매출발생까지 이어졌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지원 시스템을 앞에두고
우리는 그 지원금이 절박했기에
복잡하고 번거로운 시스템을 따랐고,
그분은 바로 야생의 창업세계에 직행하셨다.
진짜 우리 솔직해지자.
몇몇 예외적인 성공스토리를 제외하고,
자금이 준비 안된 상태에서,
곧장 야생으로 뛰어들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까?
아니면,
인큐베이터나 창업보육센터 등에서
조금이나마 도움 받고 나가는게 더 나을까?
인큐베이팅 받아도 망하는 회사 비율은
존속하는 회사 비율보다 훨씬 많다.
그래도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자금이나 인적 네트워크, 정보 공유 등의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금과 인큐베이팅 제도를 경험하는 것이
훨씬 리스크를 줄인다.
스타트업 대표는 "가오"가 중요한게 아니다.
진흙탕에 구르고, 똥을 씹더라도
회사가 생존할 수 있다면,
직원들 월급을 밀리지 않을 수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야 하는게 사장이어야 한다.
그냥 무미건조하게 공부하고 창업해라가 아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락거리면서
스타트업 뭐시기,
창업 뭐시기 책만보고 공부하란 말은 아니다.
물론 책을 많이 보고
준비하는 건 기본이고 삶이다.
처음엔 이론적 지식과 배경이 필요하고,
당연히 책에서 얻는다.
그러나 창업을 하고자 한다면,
거기서 뛰쳐나와서
진짜 예습을 해야한다.
찾아라.
스타트업 관련한 모임도 많다.
창업자들의 커뮤니티도 많다.
뒤져보면, 유사한 카테고리의 스타트업 리뷰, 블로그도 많다.
그리고 만나라.
고객이 될 사람들을 만나고,
동료가 될 사람들을 만나고,
멘토가 될 사람들을 만나라.
세워라.
자금계획, 인력계획, 미션 마일스톤, 수익구조 및 매출계획 등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계획이 너무나 많다.
창업한 후에는 더 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칠 것이다.
처음에 잘 잡야야 그나마 잔업이 줄어든다.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이것은 곧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준비하고 도전해도 망하는 회사가 더 많은게
스타트업이다.
그럼 당신은 이글을 읽고
나에게 반문해야 한다.
"그러는 넌~!
왜 스타트업을 하고 있지?" 라고...
나의 대답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린 그런 위험과 경쟁을 즐기거든.
망할 준비따위 이미 오래전에 끝났거든"
추신: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회사의 생존은
내 가족의 삶뿐만아니라
동료들의 가족까지도 연결된다.
그러니까 그냥 허투로 준비하지 말아야 한다.
각오를 단디 해야한다.
스타트업이었기에 실패했다고
핑계대는 가해자가 되지 말고,
스타트업이었기에 이해해달라고
읍소하는 피해자가 되지 말자.
그럴 자신과 근거가 없다면,
그냥 스타트업 하지 말자.
그리고 정말 하고자 한다면,
확실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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