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로켓론을 경계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같은 창업가 동지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못다 한 개인적 의견을 정리하여 올린다.
참고로 스타트업에게
속도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빠른 성장"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빠른 성장"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 외에도 다른 것들도 챙겨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글을 남긴다.
(출처: MBC 라디오스타 중에서, 다들 뭔가에 미쳐간다)
유독 하나에 꼽히면
우르르 몰려가서 신봉자가 되려 하는
현상에서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채 대표! 이번 연휴 때, 쉬어?"
"쉰다기보단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야지. 연휴 때도 사무실 나가려고?"
"우리 쪽 분야는 속도가 생명이라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거든."
"그렇게 밀어붙이면 속도가 날까?"
"실리콘밸리 하고 중국에선 우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그래서... 속도를 더 내려는 거야?"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달려야 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보다 더 빠르다고."
"그럼 그냥 달리지 마~! 뭣하러 달려?"
우리는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
(출처: tvN10, 명단공개2016 중에서, 현질 게임러와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우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선행주자들이 있다.
자금이나 기술력이나 인프라나 환경의 영향력에서
불리한 조건을 걸고 달리고 있다.
일부 금수저 창업자들은 굳이 안 달려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라인을 잡고 있기도 하고....
(아... 이놈의 수저론은 곳곳에서 힘 빠지게 한다)
물론 아직 경쟁자들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에서
누구보다 일찍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운도 좋은 편이고, 축복받은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1년 잡고 만들던 시제품들이
3 ~ 6개월이면 만들어내는 괄목할 발전을 하였다.
3D 프린터나 렌더링, 역설계, 스캐닝 등의
기술 덕분이기도 하고,
간단하고 빠른 프로세스들이 도입되었으며,
스타트업들이 매우 영리해진 요인도 있다.
오픈소스를 잘 활용하고,
UI, UX 디자인에 대한 교육도 많아지고,
코딩의 능력자들이 스타트업에 몰려들기도 했고,
관련 Tool들도 더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모든 업종이 동일한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 수준에서 시제품까지
끌어올리는데 들어가던 비용과 시간이
비약적으로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이라는 범위를 놓고 보면,
중국의 심천/중관촌의 시제품 제작 의뢰의 경우,
간단한 것은 3~4주, 못해도 3개월이면 뚝딱 만들어진다.
시제품 제작 단순 의뢰가 아니라
아이디어에 관한 짧은 회의를 거친 후,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해당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피봇(수정)과 피드백을 공유하며
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실리콘밸리는 안 가봐서 눈으로 본 건 없지만,
다녀온 대표님들의 풍문을 집약하면,
부러움 반, 두려움 반의
무서운 속도라고 입에 거품을 물더 라.
과연 이들을 상대로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수익모델이 꽃 필 수 있을까?
바늘귀를 통과하듯이
성공한 케이스들은 분명 존재한다.
때로는 정말 천사 같은 파트너를 만나
신데렐라가 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우리의 해답은 무엇일까?
내가 소장한 책들은 "속도"라고 말한다.
또는, "끊임없는 성장"이라고 표현한다.
빨리 만들어서, 시장 반응을 보고, 다시 수정해서,
재출시를 하고, 반응을 보고, 수정하고, 출시하고...
이러한 빠른 액션들이
고객의 니즈에 충족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한다.
스타트업들에게 바이블처럼 읽히는 책도,
창업자에게 필독서라는 제로 투 뭐시기에서도,
그 외에 참 많은 지침서들이 우리에게 속도를 강요한다.
(물론 저자들이 무조건 속도"만"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러한 책들의
저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물론 교수도 있지만,
다수가 컨설턴트이거나 파이낸싱 쪽,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투자 관련한 쪽으로 전문가였던 분들이시다.
책 저자분들의 인사이트는
정말 논리적이고,
치밀한 인사이트를 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생각 없이
읽고 따르는 팔로워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 위대한 저자들과 대화를 할 것 인가?
자!
그럼 그들의 시각에서는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시각과 사견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
투자자 그룹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선호한다.
그만큼 투자회수 기간이 줄어들 것이고,
그들에게 시간은
곧 비용의 증감을 결정짓는다.
빨리 Exit 할 스타트업을 찾거나,
만들어가야 한다.
예시로 제시되는
소위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 많은 투자를 받았구나 하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투자를 받아
더 많은 시행착오를 가능하게 하고,
더 전문적인 인력을 끌어오고,
더 임팩트 있는 마케팅을 구사하기도 한다.
더 큰 손인 대형 투자자들이 뛰어들고
판은 커지면서, 이제는 절대 망하지 않는...
아니, 망할 수 없는 스타트업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스타트업이 망하면,
다 같이 죽자는 거니까
어떻게든 망하지 않게
만들어가야 한다.
자금의 능력을 시장을 지배하고,
경쟁사와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상 최대의 목표가
상대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자금 확보가 된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에 편승하여
IPO까지 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해서
분산되어있던 자금들이 또 모이고, 주가는 오르고
거대 스타트업을 성장한다.
(사실 이 정도면 스타트업 꼬리표는 진즉에 떼 버렸겠지만)
위의 내용들은 책마다
주로 예시 드는 스타트업들의
공통적인 스토리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실 이 스토리 라인대로
IPO까지 성공적으로
Exit 하는 사례가 드물다.
어쨌든 그러한 이야기들은
투자자들에게는 정말 교과서적이고,
희망하는 최고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뇌에
동일한 단어를 입력시킨다.
"빠른 성장"
그것이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이라고
창업자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투자란 것은 결국은 빌린 돈이다.
절대로 공짜 점심은 없다.
그리고 투자받았다는 것은
좋은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거지
절대로 성취라던가 성과지표가 아니다.
"빠른 성장"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있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마일스톤"들을 달성하려 한다.
가입자수가 얼마고,
다운로드 수가 얼마고,
페이지 뷰가 어느 정도고,
접속 시간이 얼마고...
또는
시장 선호도가 어떻고,
유사한 성공 사례가 어떠하며,
초도 물량 매출이 얼마이고,
사전예약 물량이 어느 정도라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투자자가 스타트업들에게 기대하는 목적은
빠르게 성장해서
투자한 돈 빨리 회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빨리 뭔가 액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속도에 집중시키도록 유도한다.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대표와 투자자의 줄다리기는 끝난 게 아니다.
투자자와 대표가 원하는 목적이 다를 수 있고,
회사의 방향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다.
그래.
내가 주장하고 싶은 단어가 나왔다.
"방향"
현재 스타트업에 관한
수많은 지침서들과 컨설팅/멘토링들은
속도에 집중되어져 있다.
빨리 시제품/베타 서비스를 내서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을 거쳐
완성한다는 식의 방법론은
특정 업종과 서비스, 시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속도를 기반으로
계속 찔러보면서
방향을 잡는 거다.
여기가 전쟁터라고 상상해보자.
전혀 빈틈이 없어 보이는
철옹성을 점령하고자 한다.
(출처: 영화 <반지의 제왕> 중에서)
여기저기 빠르게 찔러본다.
그리고 약한 곳을 찾아 집중 공략해서
성을 함락한다.
빨리 함락시키지 못하면
적의 지원군이 도착한다.
우리 쪽 군량과 자원이 한정적이다.
곧 겨울이 온다.
속도전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만이 유일할까?
아니~!
생각보다 많은 전략이 존재한다.
(이래서 중국의 고전 <사기>, <손자병법> 등을 읽어보라고 권하는가 보다)
오히려 많은 전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더 고민이 된다.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있다 보니...
(출처: 구글, 손자병법)
내가 주장하는 전략은 철저한 사전 준비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조금 더디더라도,
그 성의 설계도를 구하든,
성에서 이탈한 사람에게 정보를 얻든,
스파이를 보내든,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성의 취약점을 찾아 공략할 수 도 있다.
어쩌면 이러한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총을 난사하여 킬 포인트를 찾는 것보다
조준을 통한 원샷원킬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도
초기 비용이 좀 들어가는 사업에서는
피봇이 꽤 쉽지 않다.
그래서 초기 창업 준비 단계에
공을 많이 들인다.
사실 비용과 시간 배분을
초기에 많이 집중시키는 편이다.
전략이라는 건 절대적이지 않다.
어느 분야,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한다.
때문에 "속도"를 기반으로 한
린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에
모두가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물론 스타트업에게 속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딱히, 내가 제시하는 전략 역시
한계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더 많은 다양한 방법론이 있고,
그 적용은 당사자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글의 서론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자들을 이야기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보다 빠른 속도를 지니고 있다.
무림으로 치자면,
그들은 쾌속의 발검술을 구사하는 검의 고수들이다.
(발검술 또는 발도술: 빠르게 검집에서 칼을 뽑는 기술)
그들을 상대로 누가 빨리 검을 뽑느냐
속도 경쟁을 하자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검을 미리 뽑아 놓고 싸우던가
무기를 바꿔 창을 쓰던가,
거리를 두고 활을 쏘던가,
좀 비겁해 보여도
여럿이 힘을 모아서 덤비든가....
이기기 위한 전략은 다양할 수 있다.
빠르게 달리고 있는 상대에게
속도로 승부를 보자는 것은
오히려 낮은 승률을 가진다.
이 게임은 불공정한 게임이다.
덕분에 룰이 참 다양하다.
꼭 같은 무기를
사용하라는 규칙은 없다.
혼자 싸우라는 규칙도 없고,
오직 하나!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는 규칙이다.
역대 생존자(승자)들이
속도로 이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목격한 구경꾼들이
우리에게 말한다.
"이기려면 속도가 중요해! 내가 분석해보니까 그렇더라고"
"봐봐! 다들 이렇게 속도를 내고 있잖아. 너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달려야 해"
조언은 고맙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라서
사실 속도보다는 적절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해서...
동의할 수 없어.
다시 말하지만
속도도 중요해.
남들 따라 하는 속도 말고,
우리에게 필요한 속도 말이야~!
내가 본 게임에서는
유명한 소수의 위대한 생존자들 말고도
안 유명하지만 더 많은 생존자들이
각자의 다양한 전략으로 살아남아 있더라고.
이공계라면,
속도에 관하여
속도 X 시간 = 이동거리
라는 식을 기억할 것이다.
(사실 이공계가 아니더라도 기초적인 물리, 수학 정도?)
하지만 현실에서 속도란 항상 일정하지 않다.
때로는 가속되기도, 감속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방향이 동일하지 않으면
이동거리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목표로 한 종착점까지의 시간은
더 늘어난다.
(출처: 구글, 빠르다는 것)
속도를 늘릴수록
종착점까지 방향이 일관성이 없으면
오히려 돌아가야 하는 거리가 늘어날 뿐이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에게 속도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빠르게 많은 시도를 통해
방향을 찾는 것도 방법이지만,
방향을 확정하고 속도를 내는 것도
방법이란 말이다.
무작정 속도전에 뛰어들지 말자.
방향성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분론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설령 정확한 방향이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방향이어야
이동거리를 줄 일 수 있다.
먼저 시제품/베타 서비스를 만들어라보다는
먼저 충분한 사전조사를 해야 한다가 더 합리적이다.
속도는 방향을 찾아가지만,
방향은 속도를 따라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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