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하루를 또 마무리하며,
오늘도 살아남은 스타트업 대표 동지 여러분에게
위로와 존경심을 담아 메세지를 남깁니다.
내 브런치를 보는
동갑내기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채대표!
너무 잔소리 하는거 같아.
가끔은 희망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읽다보면 왠지 씁쓸해지잖아."
지난 글들을 곱씹어보니
정말 긍정적인 내용보다
고쳐야 할 것들,
우리가 잘 못 하는 것들,
정신차려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더라.
사람은 희망을 품고 산다고 했는데...
내 글은 찬 물을 끼얹는 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과 추상적인 들뜸으로
살아가기엔 창업자의 삶은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칠흑같이 어두움 속에서
방향을 찾기라고 표현하는게
너무 비관적인 시각일까?
창업자는 이상주의자이면서도,
현실주의자여야 하는데...
(지켜보고 있다~! 흠칫 놀라실 제 사진입니다)
좋은 이야기로 희망을 주는 분들은 많으시니까,
난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남겨도 되지 않을까?
이번 글은
이전에 썼던 브런치 글 중에서
간략하게 소개했던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정리하였다.
왜 비슷한 내용이 반복될까?
창업자가 가져야 할 마인드가 그렇게 복잡하거나
많은 능력이 아니고 공통적인 몇 가지로 귀결되기 때문에
사실 제시할 수 있는 요인은 그리 많지 않다.
나를 포함하여
다수의 창업자들은 그냥 한 번 이런 글을 접하게 되면,
"그렇군"
"당연한데"
라고 1회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세뇌가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그러나 조금씩 확장되면서
뇌에 기록되어야 행동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웃을 일이 많아서 웃는 것은 쉽지만,
웃을 일이 없는데 웃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대표"라는 타이틀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자리다.
사업을 즐겨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표들이
진짜 즐거움만으로 버티는게 아니다.
분명 사업은 즐거움도 있다.
그러나 절실함도 있다.
당연히 무서움도 있다.
다양한 감정을 곧이곧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자리,
아니,
표현하면 안 되는 자리가
대표라는 위치이다.
웃는 가면 속에
울기도하고,
화내기도하고,
겁에 질리기도하는
그런 삐에로가 되어야 한다.
제품 출시를 준비하며,
투자자를 만나고 있는 와중에
지금 우리가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질문의 의도는 알겠지만,
간단하게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여러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물음을 던진다.
"너는 어디쯤에 있니?"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창업자들과 스타트업들을 볼 수 있다.
이미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한 스타트업,
해외에서 인정받아 이슈가 되는 스타트업,
매출이 포텐터져서 유명해진 스타트업,
거액의 투자를 받고 몸집을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
나도 사람인지라
부러움도 있고,
한편으로 부끄러움도 있다.
때로는 고객이나 거래처, 투자자에게
상처를 입기도 한다.
약점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공개해서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제품/서비스에 대한 단점을 조목조목 지적해서
어디에 숨고 싶을 때도 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추궁하듯 몰아치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럴때면,
종종 나 자신에게 물어보게 된다.
"내가 너무 더딘걸까?"
"내가 많이 부족한걸까?"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컨디션이 안 좋고,
하루 일과가 잘 안 풀리며,
엉망진창의 하루를 만날 때면,
더더욱 자신감보다 자괴감이 더 클 때가 있다.
그럴 때, 다른 동지들은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
그냥 다 제끼고 잠이나 자기도 할 거고,
단거 또는 매운거 배터지게 먹고 기운차리기도 하고,
게임이나 오락에 집중하던가,
운동으로 땀을 흘리던가,
친구들과 정신이 나가도록 술을 마시던가...
나의 경우는 만화를 본다.
학창시절부터 만화광이었기에
한 때는 만화감상문도 쓰고,
만화방 알바생보다 더 만화책 위치를 잘 알 때가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책을 읽고 얻은 지식이 나의 이성과 논리의 근간이라면,
만화에서 얻은 지식은 나의 감성과 사상의 근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슬럼프라고 말하기엔 너무 잦지만
우리가 어디쯤 있는건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때, 우리는 나름대로의
탈출구를 찾는다.
잠시나마 생각을 멈추든,
다른 곳에 집중을 하든,
새로운 에너지를 얻든간에
이내 훌훌 털어버리고
금방 회복되어야 한다.
그래.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또 같은 문제로 힘들어 질 것이며,
내성이 생기듯 점차 탈출구는 닫힐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어떤 곳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와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샛길을 알아야 한다.
먼저 통과점을 지나간 선행자들에게서 배우고,
한층 더 우리에게 적합한 방법과 과정을 찾아야 한다.
1. 인정하기
1) 모두가 다 다름을 인정하자.
사람은 비교에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고,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려 한다.
비교만하고 있다가는
우리가 어디있는지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기준이 다르면 다르게 보이거든.
누구에게는 헬조선이지만,
누구에게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다.
서로 주장을 하다보면,
노르웨이가 어떻고, 룩셈부르크가 어떻고,
수단이 어떻고, 북한이 어떻고...
서로가 비교대상을 들이대면서
옳고그름을 따진다.
그러다보면,
비교쟁이가 되어
나 자신은 잊어버리게 된다.
잘 되고 있는 경쟁사를 보고 좌절하면 안 된다.
힘들어하는 경쟁사를 보고 안도하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잘 되는 경쟁사를 보고 부러워해야 한다.
다만, 그 부러움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배워야하고, 연구해야 한다.
왜 성장이 되는지, 왜 튼튼한지, 왜 고객들이 인정하는지
원인과 요인들을 알아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을 보고 안타까워해야 한다.
진심으로 위로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자.
그리고 배워야하고, 연구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지,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알아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비교하는 시각을 버리고,
다양성과 특이성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랑 똑같은 기업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는 유사하더라도,
사람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지나온 길이 다르다.
축하해 줄 때, 부러움을 담아 축하해주자.
위로해 줄 때, 응원을 담아 위로해주자.
그리고 꼭 배우고, 연구해서 우리의 것을 만들자.
같은 선상에 있어보여도,
사실을 평행우주와 같이 다른 위치에서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2) 우리는 약자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지는 것은 합리적인 현상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것이 기적같은 일이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약자가 강자인척하는 것도 참 꼴불견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약함을 알고 보완하는 것이다.
아니면,
그나마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해서
특이적으로 강하게 되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적을
꿈꾸기에 다들 지금도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설움이 북받치고, 열불이 나는 것은
은연중에 내가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패, 실수, 패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기에 상대에게 분노하는 것이다.
우리가 약하고,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고마움을 가질 수 있다.
고객의 불만이 실속있는 피드백으로 변하고,
거래처의 거절은 협상의 또 다른 기준으로 변하며,
투자자의 평가는 고려해야할 조언이 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을 채워야하고,
약점을 보완해야 할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 분들이
고마운 분들이고 감사한 분들이다.
나 자신이 볼 수 없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관심이야말로
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며
빠르게 성장시켜주는 선생이다.
우리가 약자라는 카테고리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더 겸손해지고, 더 절실해지고, 더 성장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허세부리거나, 우쭐할 시간따위 없다.
약한 물고기를 더 치열하게 움직인다.
사력을 다해 헤엄친다.
우리 모두는 약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다.
(동료들의 허락없이 몰래 올리는 사진: 그래서 양심 상 흑백처리 했어요.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2. 믿기
1) 어제보다 나아질 나를 믿어라.
슬럼프라고 생각 될 때,
뭔가 참 일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제자리에 있는 느낌!
학생시절 영어단어 열심히 외우고,
학원도 다니면서 공부하는데...
이상하게 성적은 제자리인듯한 그런 느낌!
세상살이에 깨달은 것은
노력한 만큼에 비례해서
성과/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러나
노력한 것으로도 이전보다는 무언가 바뀐다는 점!
그것이 내가 알든, 모르든 변화가 시작된다.
아무도 모를지라도
일단 어제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사실을 잊지말자.
2)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을 믿어라.
우리가 어떤 곳에 있는지
우리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즐거우면 우린 즐거운 곳에 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괴로우면 우린 괴로운 곳에 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높은 꿈을 향해 달리면,
우린 높은 곳을 향해 달리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라.
그러면, 내가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3) 기도를 믿어라.
신을 믿든, 안 믿든간에
누구나 간절한 기도를 한다.
단지, 운에 맡긴다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쏟은 후,
누군가를 향해 간절히 빌고, 원하는 바를 고백한다.
기도한다고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 시간을 가지면
결과가 어떻든간에 마음이 후련해지더라.
그래야 다음을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적어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3. 정리하기
1) 기록하라.
시간을 기록하고, 사건을 기록하면
우리는 정량적으로 우리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계획했던 스케쥴 상 어디에 와 있는지,
어느 부분을 건너뛰었고,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하였는지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콕 집어서 알 수 있다.
2) 전달하라.
우리가 어디쯤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동료든, 조언자든, 고객이든간에
알려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우리의 위치가
노이즈와 간섭으로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제3자에게 전달하고,
검증 받아야 한다.
은근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
우리가 듣고 싶은 것
우리가 있고 싶은 곳으로
짜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객관적인 시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3) 행동하라.
우리가 어디쯤인지 알았다면,
그리고 그 다음 스텝을 진행해야 한다.
망설이고, 안주하고 있으면
우리는 딱 그 자리에서 멈춰있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나가야 한다.
방금 어디있었는지를 잊어버릴 정도로
내달려야 안주하지 않는다.
속도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강점은
아이디어보다 행동력이다.
3년 전, 예비창업자였을 때
법인 등기하고 사업자등록한 사람들이
앞서가고 있고 난 뒤처진 느낌이었다.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런 식의 비교로 나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던
나 자신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게임이 즐거워서 레벨업하는 사람과
레벨업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사람이
게임을 어떤 것이라고 정의내릴까?
같은 레벨이라고해서
같은 시간과 같은 마음일 수 없다.
한 사람은
내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할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내일도 의무감으로 게임을 할 것이다.
한 사람은
이전보다 더 나아진 자신의 캐릭터에 기뻐할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남들과 비교해 더 올려야할 다음 레벨에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어디쯤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상태로, 어떤 목적과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가 있는 곳에 대한 의미,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곳에 대한 의미.
이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너는 어디쯤에 있니? 그리고 너는 지금 어떻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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