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
스타트업들 간의 협업은
언뜻 멋져 보인다.
취지도, 명분도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
우리가 강한 경쟁자를 상대하기에
부족한 것들을 같은 처지의 스타트업끼리
뭉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론상 참 좋은 연합이다.
(출처: 만화책 "드래곤볼카이" 중에서 퓨전합체)
그런데 실제로는 어떠할까?
나도 콜라보레이션의 취지는 좋게 생각한다.
분명 장단점이 있고,
콜라보를 통해 서로 시너지를 낸 선례들도 있다.
근데 그게 그냥 "같이 합시다"라고 뭉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
더 신경 쓰고, 양보하고, 신뢰해야 하며,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형태이다.
부족한 것은 상대방이 채워줄 것 같지?
아니, 상대방도 너를 의존하고 있고,
너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에
제대로 뭉치지 않으면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가 돼버리기 쉽다.
우리 함께 연합해서 Win-win 하자고?
괜히 어설프게 연합하다간
함께 Lose-lose 할 수도 있다.
무작정 뭉친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악영향이 되고,
서로에게 감정만 상할 수도 있다.
그럼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해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까?
1. 리더가 필요하다.
양 무리에도 리더가 있다.
둘 이상의 콜라보에서 동등한 의사결정이
이상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는 전체 연합을
조율하고, 이끌어가야 할 보다 강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들 간의 연합의 취약점은
바로 체계가 없음이다.
동등한 위치에서,
평등한 의사결정을 꿈꾼다면
평행선을 달릴 일도 많아진다.
우리에게 시간이 넉넉하고,
자금이 풍족하다며
시장이 우리의 제품/서비스를 기다려 준다면
그 사이에 우리 모두 웃음꽃 피우며
좋은 게 좋다고 끝없는 토론의 장을 가질 수 있겠지.
한정된 시간과
늘 부족한 자금과
눈 깜빡할 새 변하는 변덕스러운 시장을
순간순간 체크해야 하는데...
누군가는 앞서서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
이게 참 말이나 글로 적긴 쉬운 건데
실제로 적용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리저리 신경 쓰기엔
창업자가 할 일이 참 많잖아.
2.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콜라보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목적이 있어야 한다.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물러 설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이게 어정쩡하면,
뒤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두 가지 문제가 있더라.
일단 뭔가를 잘 정의를 못 내리는 문제.
우리가 왜 콜라보를 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하는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았다.
두 번 째는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
뭐 상생이라던가,
파트너십이라던가 참 듣기는 좋은 말인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너무 두리뭉실하다 보니...
결국 거절을 하였다.
서로의 목적이 다르면,
서로 딴 주판을 튕기게 되고,
그 끝은 서로에 대한 원망과 후회가 남는다.
그나마 서로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를 할 수 있겠지만
서로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이 없을 때도 있다.
그보다 콜라보를 해야 할 자신들의 근거조차
스스로 모를 때가 더 많다고 해야 하나?
3.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을 믿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벽이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력은
대표들끼리 쿵짝쿵짝 코드 맞춘다고 돌아가는 게 아니다.
구성원들 모두가 공감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져야 하는데...
더군다나 자주 만나지도 못 하고,
어쩌다 이슈가 생길 때만
서로 연락 주고받는다면
콩가루 스타트업 연합이 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에게도 몇 번인가 콜라보 제의가 들어왔었다.
그중 두 번 진행을 해봤다.
한 번은 Good case, 한 번은 Bad case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바로 계약서 준비하려 한 때가 있었다.
(상대 쪽 대표가 착하고, 좋아서...)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계약서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계약서는 굳이 쓸 필요를 못 느끼겠더라.
괜히 계약서에 싸인 잘 못 했다가,
우리 멤버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우리 방향에서 벗어날까 봐하는 노파심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콜라보 제의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 작업을 한다.
아주 작은 사소한 일을 함께 해 본다.
그리고 일이 진행되는 과정을 확인한다.
그러다 몇 번의 소소한 미팅이 동반되는
작은 일을 같이 해 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고 판단되면,
계약서를 준비한다.
최근에 두 곳과 이런저런 일로
작은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글쎄...
좀 시간과 거리를 두고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신뢰라는 것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관찰과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팀빌딩에 신중했듯이,
협업도 신중해야 하고,
확인해야 하고, 복기해야 한다.
힘들 때,
우리는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어 진다.
외로울 때,
우리는 누군가 공감해 줄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러한 감성적인 이유는
콜라보레이션의 타당성을 주지 못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타당성이 없는
콜라보레이션은 서로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오랜만에 스타트업 대표들끼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한 분이
연합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떤 대표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였지만,
어떤 대표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출처: 게임 삼국지10, 황건동란, 도원결의)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철하게 상상해보자.
뜬금없이 술 한잔 나누면서 뭉친 모습으로
상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들이 서로를 몰랐겠는가.
유비가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관우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장비는 성격이 어떻고, 무엇이 관심사인지...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목적이
무엇인지 제대로 나누지도 않은 채
그냥 꽃잎 날리는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술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의형제를 맺었겠는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던
셋이 모여 리더(유비)를 정하고,
더 필요한 누군가(공명)를 영입하고,
후원자와 병사들을 모으고
황건적의 난이라는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그들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던가.
단지,
동지애만으로,
즉흥적인 분위기에 휩쓸려서,
아는 사람들이니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연합하자는 것은
다 죽자는 거다.
혼자 가는 길보다는 같이 가는 길이
더 좋을 거라 착각하지 말자.
같이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일 때,
같이 가는 동료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
동행이 의미있고, 행복한 길이 되는거지
무작정 함께라고 꽃길이 되지 않는다.
함께 동행한다고 안심했는데
그 길이 낭떠러지로 향하는 길일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말미에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스타트업 간의 연합 또는 콜라보레이션이
나쁘다는 주장으로 오해하지 마시라.
어정쩡한 콜라보레이션을 피하자는 것이다.
방향이 없는, 목적성이 없는, 신뢰가 없는
그런 연합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
콜라보레이션이 성공한 케이스는
너무나도 많다.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서로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콜라보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우리가 좋은 스타트업과 함께 동행하길 원한다면,
우리도 상대에게 좋은 스타트업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세상은 Give and Take!
줄 것이 있어야 받을 것이 있고,
우리에게도 무언가가 있어야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다.
오늘도
스타트업 창업자 동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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