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사랑하는 단어

쓰기가 꺼려지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주)클린그린 / Seonhong Chae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머나먼 외국에서 잠시 세상구경하며 살던 때에,
태극기만 봐도 집생각에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태극기를 보면,
왠지 애국심이라던가, 아련한 추억보다는
뒤 끝이 묘하게 정치적인 이슈가 떠오른다.

촛불이건, 태극기건
그 자체가 가지는 고유의 의미와 이미지보다
둘로 나뉘어진 이념, 세대, 계층간의 대결구도를
언론과 호사가들이 더욱 부추기는 것 같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지나간 3.1절에
태극기를 계양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태극기를 다는 것에 굳이 눈치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태극기를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사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태극기를 혐오하게 된다는 것이 웃긴 일이지.

태극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잘못된 의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내가 애국자는 아니지만
일제치하에 저항하던 태극기가,
우리나라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던 태극기가

다른 의미로 퇴색되버리는 모습에
안타까움과 측은함이 든다.

이제는 다시 태극기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창업자가 동료들 또는 직원들에게
자주 언급하는 몇몇 단어가 있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단어들인데...
지금은 섣불리 쉽게 내뱉을 수 없는...
한 번 쯤 더 생각해보고 꺼내야 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열정"
"경청"
"끈기(또는 노력)"
"헌신"

등등

이 좋은 단어들은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덕목들인데...
이걸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엔
망설여진다.

부정적인 언어 사용에 포함되어
일상적으로 퍼져버렸기에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어썼다고 할까?

창업자의 입에서 쉽게 나오기 어려워진 이 단어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 되었나.





1. 열정은 연료가 있어야 한다.


"돈보다 열정만 있으면 돼"

처음에 열정페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터질게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열정페이가 피부에 잘 다가오겠지.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단기근로의 허술한 법망과
망가진 시스템을 악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샌가,
사회 곳곳에서 열정페이라는 독버섯이
세상을 뒤엎었다.

열정이라는 것은 일이나 어떤 분야 등에
불과 같은 뜨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을
뜻할진대...

그랬던 사람의 뜨거운 온기만 쏙~ 빼먹고
타다남은 재마냥 버리는 그런 시스템.

그러다보니 구직공고에
"열정"이란 단어는
"널 단기간에 왕창 부려먹고 버릴거야~"
라는 고용인의 속마음이라 부르게 되었다.

열정은 불과 같다.
우리 다들 발화의 3대요소 기억하려나?

비전이라는 불씨(발화점)가 있어야 한고,
태울 수 있는 연료(탈 것)가 있어야하고,
잘 타기 위해 공기(산소)가 꾸준히 유입되어야 한다.

매일 정신교육하듯이 열정만 강요하는 것은
얼마가지 않아 공허한 꼰대의 외침이 되버린다.

열정은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장래가
부비부비 함께 마찰해야 불씨가 생긴다.

여기에 불쏘시개가 되도록
급여든, 인센티브든, 복리후생이든간에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탈 것이 공급되어야 한다.

월화수목금금금,
새벽별보고 출근해서
새벽별보고 퇴근하려다가
귀찮아서 사무실에 눈붙이는 삶이아니라
개인의 삶과 여유라는 산소가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의 쉼은 재생산을 위한 충전이며 직원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고, 회사가 생각하는 시간이다.


스타트업이 이 모든 것을 해 줄 만큼
자금적, 시간적 여유가 어디있냐고?

법이라는 최소한의 규정만이라도
지켜줘야지.

그것마저도 해 줄 수 없다면,
열정 같은 소리로 사람 꼬드기지 말라구.

스타트업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아니, 그것은 의지와 행동의 문제야.
주위에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열정을 북돋아주는 스타트업도 많아.



2. 경청은 자~알 듣는 것이 아니다.


"윗사람이 말하면 가만히 경청하라구"

직장인 시절, 회의가 꽉 막힐 때,
상급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순간 욱~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참고 넘겼고,
그 이후 나는 회의 시간에 입을 다물었다.

지금에 와서 뒤늦게 딴지 걸자면,
위의 문장에서 두가지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일단 "윗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건가?
그리고 왜 경청하는데 "가만히" 있어야하는건가?

윗사람이라는게 경력자를 말하는건지,
직급으로 나누어진 상급자를 말하는건지,
C레벨이라고 불리는 경영진을 말하는건지...
그런건 사실 스타트업에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수평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윗사람 운운할거면,
회의 같은 거 하지마!
그렇게 할거면,
"윗사람"들끼리 회의해서
"윗사람"들끼리 결정해.
그리고 "아랫사람"들은
시키는대로만하고,
월급날만 기다리는게 당연하지.

이번에는 "가만히" 듣기다.

경청이 잘 듣는거라고 착각하는데...
그건 경청의 순서 중 하나일 뿐이야.

경청(傾聽)은 순서와 마음이 있는 단어이다.

상대방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맑고 밝은 진실한 마음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

일일이 한자 파자(破字)해서 설명하긴 귀찮으니까
그냥 의미만 남길께.


경청의 순서는
1) 마음을 비우고 마주 하는 것
2)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것
3)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한 내 의견을 전하는 것
4) 서로의 의견을 취합하고, 보완해서 보다 나은 의견을 재생산하는 것


자...많이들 2)만을 강조해.
잘 듣게만 하는거면, 그건 세뇌교육이야.
잘 듣게만 하는거면, 주입식 교육이야.
이건 경청의 한 단계일 뿐이지 전부가 아니란말야.

우선은
1)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서로의 입장과 논리가 다를 수 있어.
그리고 사전에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귀에 안 들어오거든.

맨날 대표가 프로젝트를 뒤집고,
지난 주에 했던 말을 번복하고 그러면
구성원들은 그 대표의 말을 귀담지 않아.
어차피 금방 또 뒤집을거 같으니까.

그리고 3)은 수평적인
스타트업 회의의 특징이야.

듣는 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야.
상호간에 의견과 생각을 주고 받아야 되는거지.

그리고 4)가 중요한 이유는
어떤 회의, 미팅이든...
이전보다 나아진 결과가 필요하거든.

아무 성과없는 회의는
구성원들에게 회의의 필요성을 의심하게 만들지.
그냥 시간만 날리는 꼴이거든.

그렇지 않으려면,
회의의 마지막에는
꼭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해야 해.

경청은 또한 마음이야.
서로를 존중하고 경외하는 마음이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난하거나 공격할 건덕지를 찾는게 아니라
내 관점과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는거야.

그 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릴 일이
일상다반사인게 스타트업 업무야.

내가 아는 범위에서의 논리보다
내가 모르는 범위에서의 논리가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게 이 쪽 일이라고.

그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의견을
수용할 줄 알아야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야 하는거야.

그러한 마음가짐이 바로 경청이지.




3. 노력과 끈기가 없음은 누가 정하는건가요?


"요즘 젊은 것들은 노~~오~~력이 부족해"
"끈기가 없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허약한 세대!"


어떤 근거로 젊은 세대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끈기가 없다고
판단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나처럼 어정쩡하게
끼어버리는 나이가 되면
깨닫는 것보다 궁금증이 더 많아진다랄까?

어쨌든...
인정하고 넘어갈 현실이 있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일들이 있다는 것!

어떤 일은 끝까지 밀고가기보다는
빠르게 철수(포기)하고
새로이 시작하는게 낫다는 것!

한 우물의 예를 들어볼께.

한 우물만 파면 뭐가 되도 된다던 시절이 있었어.
뭐 지금도 어떤 분야에서는 그렇기도 해.

우물을 파려는데...
바닥이 화강암이야.
우물을 파려는데 도구 없이 맨손이야.
우물을 파려는데 법으로
함부로 우물을 파면 안된다고 해.

젊은 친구들에게 노력만을 강요하지마.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야.

맨손이더라도 파면 파질수 있다는 것을
솔선수범해서 보여주면 안 될까?
최소한의 도구를 주고 파라고 하면 안 될까?
제도적으로 팔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그리고 계속 우물을 파라고
무작정 강요하지마.

우선은
파는 자리가 물이 나올 곳인지
판단하는게 중요해.

파도, 파도 물길이 없는 곳을 파는 것은
무덤을 파는 거랑 같아.

끈기?
사방이 깜깜한 막장에서
힘들게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고되고 위험해도 일을 할 수 있던건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어서야.

요즘 시대에
젊은 세대에게 돌아갈 길은 막혔어.

이미 대학 졸업하면 열에 여덣은
학자금대출이라는 짐을 지고 있어.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가까스로 벗어나도
언제 짤릴지 모르는 말만 정규직이야.

직장생활을 끈기만으로 버틸 수도 없는 시대야.

스타트업은 더 심해.
대표조차도 늘 어둠속을 헤메이고 있어.
당장 내일에는 또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는게 스타트업이라고.

막무가내로 직원들에게 "끈기"를 강요하지말고,
"끈기"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부터 "노오력"을 해야해.

창업을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다...
인사노무 관련한 강의나 멘토를 통해
직원들에게 희망 또는 비전을 주라고 교육 받았을거야.

좋은 강연과 교육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적용하고, 행동에 변화를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딱 거기서 "아~ 지당하신 말씀"하고 넘어가면,
딱 거기서 끝인거야.


희망 또는 비전은 말로 만들어지는게 아니야.
단계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체감하도록 해야 해.

말로만 번르르르하게 핑크빛 미래를
설명하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야.

투자자든, 파트너든, 거래처든간에
창업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미래에 대해 제시하면,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 계획을 보여주고
계획이 이루어지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야 신뢰를 이끌어내듯이...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야.
우리 회사의 미래를 말했으면,
어떻게 이루어 가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해.

그리고나서
결과물을 공유해야 해.

그것이 급여 인상이 되든,
복리후생이 되든,
인센티브가 되든간에...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게 해야하는거지.

그래야,
고난과 리스크가 있는 길임에도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끝까지 동행 할 근거가 생기는거야.

그리고
노력, 끈기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되는거지.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해.

창업자는 보이지 않는 길이더라도 의지로 갈 수 있지만
동료들에게는 길이 보이도록 만들어 주어야 의지를 줄 수 있어.




4. 헌신은 선택이다.


직장인 유머랄까?
씁쓸한 이야기가 하나 눈에 들어오더라.

"회사에 헌신하다간 헌신짝처럼 버려질거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직원들의 끝은
대다수가 후회로 끝난다.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이 낮은 것도 이유겠지만
잘 나간다는 스타트업에서도
직원들의 엑소더스는 흔한 일이더라고.

스타트업에 지원한 분들의 대다수는
각오를 다지고 지원한다.

불안정한 고용환경,
적은 연봉,
빡빡한 근무강도 등

열악한 조건임에도 스타트업에 합류하기로
마음 먹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뜻이 세워진
사람들이라는거다.

자!
회사에 대한 헌신을 강요하는 것은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알아보자.

고용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계약에 의한 상호 약속이다.

계약 이외의 조건을 강요하는 것은
그에 합당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지.

근데...
막상 합류한 다음에 고용계약서에도 없던
일들을 막 시키고, 압박을 넣는다.

불합리해 보이지 않나?

중소기업에 인력난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분명 사용자의 불합리한 대우가 중요한 원인이 된다.

헌신이라는 것은
그에 대한 보상이 약속되어야 한다.

종교에서 헌신이라는 것이
아무 목적과 보상이 없이 이루어지는 걸까?

아니,
적어도 헌신을 통해서
나 좀 더 잘 봐달라고,
설령 내세에서라도
내가 헌신했던 모습들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헌신은 목적이 있고,
보상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헌신이지만,
향후에 그보다 더 큰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
일종의 투자 유치라고 생각해야 한다.

직원들은 회사에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직원들을
투자자 대하듯이 존중하라.

돈만이 투자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 고민과 끈기 등의
무형의 가치들도 투자이다.

스타트업의 동료들도
강력한 내부 투자자다.




창업자들은 외부 고객에 신경쓰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투자자와 거래처에 완전 깎듯하더라.
제품/서비스가 출시 될 때는
고객들에게 심장을 바칠듯한 구애를 한다.

당연히 그래야한다.

그리고 더불어서....
내부 고객에게는 항상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내부 고객을 만족 시키지 못 하는 회사가
어떻게 외부 고객을 만족 시키겠는가.

내부 고객이 등을 돌리면,
그 회사는 미래가 없다.





스타트업이 좋아하는 단어들을
남발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남발한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액션을 취해야하고, 노력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좋은 의미로,
좋은 뜻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지만,
그것이 좋은 결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말뿐으로 끝나는 단어가 아니라
행동으로 마무리하는 단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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