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98% 정도 완성한 듯하다.
2% 부족한데...
그 마지막 나머지는
잠들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되묻는 질문들을 고민하는 것이다.
물론 늘 해답이 뭐다라고,
딱 맞춘 적이 없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고민하다가 잠드는 게 습관 이지 뭐.
매일 떠올리는 똑같은 질문이지만,
매일 답을 찾아 헤매는 흐릿한 상태를
정리해 본다.
자고 일어나면 급여일!
뭐 좀 하려고 하면 잔금 지급!
이제 좀 지급 다했나 하면 세금납부!
통장의 잔고는
채울수록 비워진다는 말이 진리요, 상식이니...
부족한 자금을 언제까지 얼마나 어떻게 구해야 하나
늘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인지라
하루하루 조여 오는 자금 압박은
오늘도 쉼 없이 뛰어다니고,
스마트폰이 과열되도록
여기저기 알아보고,
부탁하고,
애원하기도 하고,
연속통화가 끊이지 않게 하네.
투자를 받으면 모든 고민에서 해결할 것 같지?
오히려 더 흰머리가 늘어나더군.
약간의 탈모 현상도 생기고...
문제는 돈이 들어오면 들어온 만큼
금방 나가더라고.
잠시 숨 돌리는 정도의 효과는 있지만,
그만큼 빨리 그리고 많은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이를 위해
소모되는 자금 역시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
창업자가 돈 걱정하는 것은 끝이 없다.
1) 고객의 진심
아무리 인터뷰를 하고, 설문을 해 보고,
품평회를 해 보고, 샘플을 나눠줘도
결국 고객의 진심은 구매에서 드러난다.
초창기에
2015년 청년창업 사관학교에 입교했던 시절,
귀가 따갑게 들었던 고객의 니즈 파악!
그래서 안산에 외국인이 많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인터뷰도 하고, 교회 모임에서도 설문 돌리고,
대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서 의견을 얻기도 하고
고객이라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 대하여 설명하고,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겠냐, 어떤 디자인이 좋냐,
색상은 어떨까? 이거 얼마면 살까 물어물어 봤자...
딱 시제품 만들 때까지만 유효하더라.
시제품이 나오면,
그새 고객들의 의견은 또 달라져있다.
눈에 보이는 시제품은 이것저것 또 문제 투성이라서
여러 피드백이 나오고,
다른 의견이 나온다.
그래서 고치길 수십 번!
누구는 이전 모델이 좋았다고 하고,
누구는 지금이 더 낫다고 하고,
누구는 제품 설계 당시 이미지가 더 좋다고,
누구는 사이즈가 생각보다 크다고,
누구는 향이 진해 싫다고 해서 없애면,
누구는 향이 없어서 별로라고...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제품 초도 물량이 나와서
공짜로 나누어주면,
가짜 피드백, 듣기 좋은 이야기,
고민 없는 후기가 즐비하다.
그 당시에는
이거 가격이 이쯤인데 어떨까 요하는데
'좀 비싼 거 같아요'
'그 정도면 살 거 같아요'
'저는 살 것 같아요'
라는 말은 실제로 가격표 붙이고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쇠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시...
숫자가 확실하게 붙고,
돈이 지갑에서 실제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피드백이 진짜 진심이다.
그 외에는 그냥 생산/제조하는데 참고만 하는 의견일 뿐!
판매/구매에는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보긴 힘들다.
2) 팀원이 한 마음일까?
회사에 인원이 5인만 넘어가도,
각양각색, 개성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정말 관점과 백그라운드 경험이 다르기에
여러 의견과 입장 차이가 뚜렷해진다.
이것은 자랑스러운 장점이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단점이기도 하다.
언제나 대표가 다 조율하기 어려운 때가 도래한다.
그리고 그쯤에서는 각자가 걸음을 내딛길 바라지만,
확실히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다.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가길 원하지만
그것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감정이라는 것은 때로 들불처럼 확 일어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감정이 상하기 쉬운 사람이 있고,
무던하게 반응이 없다가 어느 날 폭발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회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업무에 관련한 전문 교육이 아닌 기본적인 교육 말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명함 교환 방법이라던가
메일 전송 예절, 인사, 상황별 대응이라던가...
사실 체계가 어느 정도 잡힌 회사들은 처음 신입이 들어오면
재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별거 아닌 것 같은 내부 교육을 실시한다.
근데...
그게 조직 생활에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이게 되고, 그것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룰이 되더라.
스타트업은 그런 점에서 대개 약하기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율과 규율 사이에서 말이다.
1)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의심
애지중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내 새끼!
그런데 내 눈에 이쁜 내 새끼일지라도,
타인의 눈에는 못 생긴 녀석일 수 있다.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명을 생각해 봐야 한다.
스테디셀러가 되면 좋겠다마는
제품은 엄연히 수명이 있기에
대략 어느 정도 고려해 놓아야 한다.
제품의 단가를 어떻게 하면
더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마케팅은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고객이 주는 피드백을 우리는 잘 적용하고 있는가?
품질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
불량률을 더 낮출 수 있는 방법,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봐야 한다.
왜냐면 늘 제품/서비스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2) 회사의 성장에 대한 불안
회사는 무한 성장하지 않는다.
어느 때인가 정체되기도 하고,
때로는 뒷걸음질 칠 수도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면
그에 따르는 준비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성장통이 있기 마련이다.
너무 더디게 성장하면,
팀원들과 파트너들이 불안해지고,
경쟁자들을 의식하게 되면서
나 역시 불안해질 수 있다.
역으로 퇴보하고 있다면...
에휴... 진짜 식욕이 없고,
잠도 안 오고...
진짜 집중도 안되고...
내적 갈등도 심할 테다.
특히 매주 성과지표를
점검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거의 격주 단위로 좌절모드와 업 모드를
왔다 갔다 온탕 냉탕 들락날락하게 된다.
3) 제정신인가 고민될 때가 있다.
로또 복권을 안 사는 주의인데
간혹 로또 복권 당첨되는 꿈을 꾸곤 한다.
정신이 피폐해졌나 보다.
가끔 과거에 이불 킥할 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막 웃기도 한다.
미처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늘어가는
뱃살이랑 탈모, 흰머리가 부쩍 신경 쓰인다.
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망언을 했던
20대가 정말 생각 없었던 바보였다.
내 머리는 철사 같고 숱이 많다고 자부했는데
이제는 샤워하고 머리 감고 나면
하수구에 뭉친 머리카락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더군다나 새치라고 우기던 흰머리가
노화의 증상이라는 걸 인정할 때가 되었다.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 언제였더라,
지인 경조사에 통장 계좌 불러달라고 하는 건 일상이고...
친구 녀석들 아이가 둘인 줄 알았는데,
셋이라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내가 제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1) 세상의 속도
마켓은 살아있다.
그래서 참 변화무쌍하다 보니
트렌드가 바뀌는 거 한 순간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말고,
트렌드를 선도하라고 하는데...
말은 쉽지!
직접 뛰어들어서 트렌드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선제 대응한다는 것이 한 번에 딱 이루어지는 일일까?
마치 주식하는 사람에게
주식의 변화를 미리 예측해서
먼저 움직이라고 하는 말하고 뭐가 다르지?
올해의 색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나 알고 하는 말인지,
올해 유행할 패션 트렌드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고나 하는 이야기인지....
주식처럼 트렌드라는 것을 주도하는 세력이란 게 있거든.
역시나 거진 다 돈으로 움직이는 영향력이란 말이지.
물론 그 와중에서도 어떻게든
트렌드를 선도할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찾고는 있지만
정말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늘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해 준다.
그뿐 아니라 경쟁사/경쟁제품/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에 이 부분도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가 성장하는 속도는
전 분야에서 늘 주시하고 경계해야 하는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없다.
아니, 찾았다가도 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오답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고민을 안 할 수 있냐고...
2) 우리의 속도
개인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구성원들이 업무에 숙달되는 모습은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회사는 그 속도에 발맞추어가고 있는지,
혹시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어떤 기간에는 회사가 펄쩍 뛸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 컨디션이 안 좋은 건지,
몸이 피곤하거나 지친 건지
구성원들이 느릿느릿한 모습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불현듯
들쑥날쑥한 속도전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엄습하기도 한다.
완급조절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이 타이밍에 뭔가 이벤트라던가,
주위를 환기할 이슈가 필요한 건 아닐까.
디테일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것에 대한 푸념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걱정 덕분에 다시금 우리를 돌아보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적어도 분명한 한 가지는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고민이나 걱정을 하는 것도
여전히 내 사람들, 우리 회사에 대한
애착과 더 잘해야겠다는 초심이
살아있다는 뜻이라고 믿고...
잠 못 이루던 밤을
마무리하련다.
내일 아침에는 다시 쌩쌩하게
리셋 버튼 누르고 처음 다짐 그대로
신나게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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