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일기장(5)-놀고먹는 착각

신기루와 같은 실업급여와 퇴직금! 금방 사라진다.

(주)클린그린 / Seonhong Chae

----이전 이야기------


실업급여와 퇴직금으로 6개월간

창업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퇴사를 하면,

여행도 가고,

하루 종일 잠만 자보기도 하고,

늦은 밤에 야시장을 거니는 꿈을 꾸겠지만

적어도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가장에게는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음은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죄책감으로 되돌아온다.


몇 번은 결혼하기 전에 

창업을 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여전히 결혼하고 

창업하길 잘 했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 책임감과 중압감이

나를 더 몰아쳐왔고,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들었으니까.


실업자(백수)가 하루를 시작하는데

늦잠 잔다는 것은 현실 자각이 없는 소리다.


슬로 라이프, 여유 있는 아침,

느긋한 스케줄이라는 것은 

낭만적 일지 몰라도,

굳이 이쁘게 포장하고 싶지 않다.

(비추천 하나 드립니다.)



놀고먹는 착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수익이 창출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내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알아서 돈이 불어나는 시스템.


그런데 갓 퇴사한 사람이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고

그렇다면 빠르게 다음 수를 준비해야 한다.


일단 아침에는 무조건 일찍 일어나서

세수하고,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몸이 나태해지면,

마음도 나태해지고,

하루라는 시간도 낭비돼버린다.


그 하루들이 모여서 내 일생이 되기에

퇴사하더라도 부지런하고 꾸준함은 

절대 계명처럼 지켜야 한다.




그래!

그동안 수고했으니까,

고생했으니까,

나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한정해서 보상을 해 줄 수는 있다.


1주일 또는 2주일 정도만

제한된 스케줄 안에서

여행이든, 쉼이든 가질 수 있다.


딱 거기까지!!!


그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점차 돌이키기 힘든 후회의 시간들이 늘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쉬더라도

시간을 정해 놓고 쉬어라.




퇴사한 다음 날에

나는 아내와 인사동에 놀러 갔다.

그다음 날에는 파주 헤이리에 갔고,

그다음 날에는 집에서 놀았다.


딱 그렇게 일주일을 쉬었다.


그리고는 도서관으로 출퇴근하였다.

도시락도 챙겨가고,

가끔은 구내식당도 이용하고,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돌아왔다.


백수의 시간들 동안

열심히 살았고, 

꾸준했음에도...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나,

가시적인 레퍼런스를 만들지는 못 했다.


그러나 

그때에 공부하고, 준비했던 것들이

나중에 창업하고, 회사를 운영하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실업급여와 퇴직금에 안심하지 마라.

진짜 금방 사라진다.


추가적인 수입이 없기에

통장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민감해진다.


시간과 돈에 쫓기기 시작하면,

마음이 분주해지고, 성급해진다.


그리고 

작은 유혹에도 흔들리게 된다.

섣부르게 행동하게 되고,

날림으로 판단하게 된다.



요즘은 퇴사도 잘 해야 한다고,

퇴사 준비를 시켜주는 교육도 있더라.


나라고 무작정 퇴사하지는 않았다.

분명 나름 확신을 가졌고,

계획은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해서

자신 있었다.


회사 다니면서

점심시간을 굶어가면서

토익학원 다녀서 점수도 만들어놓고,

퇴근하고 도서관 열람실에서

가득 채운 두꺼운 노트만 2권이다.

(다이어리 미포함)

주말에는 알라딘 서점과 

공립도서관에서 읽은 책 또는 빌린 책이

매주 3권 씩이다.


그러나,

막상 퇴사하고 나면,

그래도 부족했고, 

허점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된다.


퇴사준비가 부질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 준비해도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생긴다는 거다.



쉽게 재취업하거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퇴사 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은

놀고먹는 시간이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 공백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훗날 그 시간에 대하여 해명해야 할 날이 온다.

기업문화 엿볼 때, 더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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