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 Diary 19. 의지보단 환경

  

Switcher / 임남규


매주 화,목 점심시간에 큐티를 한다. 성경의 한 구절을 묵상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생산적 토론이다. 대화의 마지막은 항상 오늘 배운 내용을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다짐으로 장식한다. 큐티를 한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이 짧은 30분 덕분에 내 삶을 어떻게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계속 의식할 수 있게됐다.

큐티를 하면서 문득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의지력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이 잘 돌아가는 최적의 환경을 구성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근래까지 어떻게하면 아침에 쉽게 일어날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 매일 아침 5분만 10분만 중얼거리며 그렇다고 다시 자는 것도 아니면서 아침을 설치는데. 해가 잘 들지 않는 어둑한 이전 자취 방에서는 유독 심했다. 의지가 부족한 스스로를 자책을 하며 지내오다 이번에 새집으로 이사오면서 자존감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요즘은 알람 울리기 한시간 전에 가벼운 몸상태로 일어난다. 처음에는 이사온 집이 낯설어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답은 다른 곳에있었다. 햇빛이다. 올해 3월부터 살고 있는 지금 집의 침실엔 한 벽면 너비를 꽉채우는 큰 창이있다. 비록 북향이지만 주변에 건물이 없어 새벽부터 볕이 잘든다. 직전에 살았던 작은 원룸은 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지금 집과는 채광량이 비교할바가 못될 정도로 적다. 빛이 수면중 호르몬(멜라토닌?)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익히들어왔는데 이토록 아침잠을 쉽게 물리칠줄은 몰랐다. 이 채광량을 높이는 환경 구성 덕분에 나는 요즘 아침에 쉽게 일어난다. 물론 늦게자면 몸이 조금 무겁긴하다. 그치만 아침인지 밤인지 구분안되는 이전 자취방보다는 훨씬 더 적은 의지로 일어날 수 있게됐다.

손정의는 10대시절 미국 유학에 성공하기 위해 일본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결정을 배수의 진이라고 표현 했는데. 퇴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절박함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덕분에 엄청난 엄청난 속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클리까지 입학했으니 성공적인 환경조성이라 할만 하다.

결국 모든걸 초월하는 의지란 없다. 만화주인공처럼 말하는대로 척척 이루기란 어렵다.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어떤일은 쉬울 수도 어떤 일은 지극히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위해서는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추지 않았나 돌아보는 일도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일단 시작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이 잘 안풀릴 경우 자신의 실행력과 의지력을 자책하며 몰아붙이기 보다 일의 효율을 높이는 환경을 섬세하게 설계하는데에도 시간을 쏟는 시도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환경을 바꾸는 일은 의지력을 기르는 일보다 의외로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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