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 Diary 17. 집과 자취방

  

Switcher / 임남규


사전적 정의

집이란?

사전에서 세 가지의 풀이를 찾을 수 있다. 단순한 정의에서부터 추상적인 개념까지. 그중 세 번째 정의는 현대 사회가 집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드러낸다.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

집은 안과 밖의 경계가 뚜렷한 공간이다. 그 속에서 이뤄지는 생활을 살림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아마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표현을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특히 선거철에) 살림살이가 좋다는 의미는 좋은집에서 만족할만한 생활양식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고 반대로 살림살이가 나쁘다는 뜻은 집도 좋지못하고 그 안에서의 생활도 불편한 점이 많음을 의미하겠다. 달리말해 살림살이는 삶의 질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행복의 척도가 된다. 그런 맥락에서 집은 인간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식주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살림살이를 누리고 싶은 욕구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그 누구도 나쁜집에서 힘들게 살고싶어하지 않는다. 가급적 집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집에서 위로 받고 싶을 것이다. 행복한 살림살이를 누려 더 안락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한다. 누구나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자취방

천장이 어딘줄도 모르고 치솟는 서울의 집값. 비트코인도 규제앞에서 굴복하는데. 부동산 시장은 꺽일줄 모른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큰 집에서 하루를 시작하고싶지만 내처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노라면 출발선이 잘못된건가? 라는 생각도 든다. 조상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드린다.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월급쟁이들에게 내 집 장만만큼 현실성 없는 단어를 찾기 힘들다. 집만 생각하면 까마득하고 그때를 생각해보면 머리만 아프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들에게 보통 집을 장만했다라는 표현보다는 자취방을 구했다가 조금 더 어울린다. 대출받아 전세도 겨우 들어가는 마당에 반지하가 아니면 다행이요. 추운 겨울 옥탑방인들 서울 한 복판에 누워 잘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만하는 현실이다. 우리에겐 그만큼 선택지가 좁다.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사회초년생인 우리는 보통 전/월세로 계약을 맺어 이사가 잦다. 평생 살곳이 아니기에 집에 정들라치면 또 다음집을 알아봐야한다. 가뜩이나 좁은 집인데 임대인 눈치살피느라 못하나도 박기 힘들다. 내마음에 들지도 마음대로할 수도 없는 자취방에서 행복한 살림살이는 어림없다. 가정이란 단어를 자취방에 가져다 대면 어색하기만하다. 머나먼 미래의 내집 장만을 꿈꾸며 우리는 행복한 살림살이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기만 한다. 어디 이게 쉬운일인가..


이제 곧 떠날 내 자취방

나 또한 지난 6년간 살아온 자취방에 무심했다. 꾀나 오래 살았지만 꾸밀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그냥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왜냐면 어차피 떠나야하고 좁으니까. 현실에 타협해서 선택한 집이기에 처음부터 마음에드는 구석도 없었고 기대치부터 낮았다. 할수있는만큼 살림살이를 타협했다. 마치 나중에 대학가면 여자친구 생기겠지… 라고 스스로 행복회로를 굴리듯이.

내겐 자취방이 불편했다. 딱 잠자는 용도로만 쓰여서 그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는 작은 공간. 집에 있어도 갑갑하기만하다보니 얼른 나갈 궁리만 했다. 본디 집이라는 곳은 게을러지고 여유로워야하는데 자취방에서는 행복한 살림살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억누르고 지내게 된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있나요?



최고요 — 좋아하는곳에살고있나요?. 출처(구글이미지검색)

사실 위의 내 생각은 틀렸다. 왜냐면 자취방도 집이니까. 추위 더위 비 바람따위를 피하고 그속에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면 똑같은 집인거다. 그러면 자취방에서도 당연히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살림살이를 누릴 수 있다. 지난 6년간 잘못된 내 생각을 바로잡게된 계기는 우연히 접하게된 최고요님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있나요?라는 책덕분이다.

책에서 고요님은 사회초년생들이 대부분 굴복하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갔다. 좁은 자취방에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집을 가꿔갔다. 당연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좁고 돈이 없더라도 집은 마음만 먹으면 가꿀수 있고. 작은 변화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자신을 사례로들어 보여준다. 책을 통해 조금씩 큰집으로 이사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존경스럽고 한 없이 부끄럽기만했다. 과연내가 기술로 살림살이를 더 낫게 만드는 스타트업을 이끌어갈 자격이 있나? 반성하게 할 정도로.

주인의 색이 짙게 느껴지는 집은 흔히들 말하는 좋은 집이라고한다. 왜냐면 주인의 행동양식에 집이 잘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좋은 집이란 비싸고 화려한 집이 아니다. 살아가는 사람인 내가 집에서만 느낄수 있는 행복한 감정을 제공할 수있다면 단칸방도 좋은 집이 된다. 고요님의 집을 꾸미기보다 가꿔야한다는 단어 선택이 큰 울림을 준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있나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좋은 집에서 느낄 찾을 수 있는 감정적 단어들을 나열해 보았다.

마땅히 편한, 수고롭지 않은, 여유, 일상, 휴식, 회복, 안락, 게을러져도 되는, 움직이지 않아도되는,알맞는, 민낯의, 애정이 가는

반대로 집에서 최대한 떠오르지 말아야할 감정적 단어는 이정도 되겠다.

피곤, 또 다른 일, 위험, 바쁨, 고생, 노동, 스트레스, 가식, 어색한, 불편한

집이라는 곳은 육체적으로 일하는 곳이 아니다. 마음껏 게을러져야하고, 내생활 양식에 딱맞아야한다. 마땅히 누구나 집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집을 가꾸면 집이 되려 나를 보듬어준다. 하루를 끝내고 돌아가야하는 곳이 집이라면 내가 가장 머물고 싶은 감정이 들어야하지 않을까? 책장을 덮으며 어떤 집이든 행복감을 누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게 자리잡았다.

희미하지만 기억에 남는 고요님의 글 귀를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집이란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공간이다.

#스위처 #Switcher #다짐 #각오 #마인드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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