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고려대학교 내 동아리의 초대를 받아서 session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날의 주제는, 얼마 남지 않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결과를 발표하고 서로 feedback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향기(fragrance) industry에서 스타트업인 paffem(파펨) 을 설립 및 운영하고 있고, 전략 컨설팅 경험이 있는 나를 초대해주어, 이런저런 피드백을 해주고 오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생각난 것들이 공모전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기록으로 남겨 보기로 하였다.
1. 그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공모전을 개최하는 회사는 그 공모전을 왜 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보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조금만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그 회사가 그 공모전을 개최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그 회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은 것인지? 아이면 실행해볼 만한 사업인 것인지? 또는 본인들의 브랜드를 대학생들에게 좀 더 각인시키고 싶은 것인지? 사실 세 가지 모두를 듣기를 원할 수도 있고,
그런 고민들을 해보게 되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다 목적이 분명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공모전을 개최한 H사의 경우는.. 130억 수준의 매출액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계속해서 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적으로 조금 더 profitable 한 사업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고, 그중에 조금은 더 손에 잡히는 수익을 만들어줄 아이디어에 보다 좋은 평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2. 다른 큰 기업이 왜 아직까지 이것을 안 했을까?를 고민하지 말라...
내가 다소 당황했던 것은, 그 학생들의 반응 중..
그 아이디어가 그렇게 좋고 혁신적인 것이라면, 왜 기존의 기업들이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았을 까요?
라는 질문을 발표자에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질문은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감의 하락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를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회사나 사람이나 얼마나 변화를 하기를 꺼려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기업들이 생각보다 그리 새로운 것에 대해서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물론 기업들이 이미 검토를 한 사업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행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Stop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험상,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할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안 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이 세상이 그리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점과 그렇게 빠른 변화들이 발생하지도 않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빈칸 채우기가 아닌 고민의 결과를..
최종 발표자료는 파워포인트로 30장 정도를 제출하는 것인데, 학생들이 일하는 방식은 마치 30장의 슬라이드에 하나씩 제목을 달아놓고 채워가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예를 들면, 이번 slide에는 마케팅 4P 중 product에 대해서 넣고, 다음 장에는 place, promotion, price에 대해서 넣자!라는 것을 미리 고민해 두고 채워가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접근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MECE 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은 될 수 있겠으나.. 스스로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그 범주 안에 가둬두는 부작용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어떤 고민을 더해서 아이디어와 생각을 발전시켜나갈까?라는 고민이 아니라, 이 빈칸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생각의 범위를 스스로 확장시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고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빈칸 채우기가 아니라.. 어떤 고민을 해야 할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곳에 시간을 쓰자.
4.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빼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에 그 짧은 발표 시간, 그리고 준비하는 시간을 쓰고 있었다. "우리 제품은 20대가 타깃이기 때문에 SNS 중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네이버 메인에 광고를 할 예정입니다"라는 말을 대부분의 팀이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3번의 영향이 클 듯)
흠...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차라리 그것보다는 이 제품을 더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고 appeal 할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이 아닌가? 이러한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key word로 설명하고 그들이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그리고 제품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를 얻고...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마무리된 후에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차라리 빼는 것은 어떨까?
5. 아이디어는 참신하나 실행에 대한 제안은 전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날 저녁에는 3 팀이 발표를 진행하였는데, 아이디어들이 제법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디어가 좋은 것이 실제 실행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수차례의 조정과 변경이 필요하지만, 아무튼 아이디어로만 본다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행에 대한 이야기들에서는 너무나도 무지를 드러내었는데.. 사업에 대한 지식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서 파워포인트만 켜두고 고민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한번 field에 나가서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 모른다. 직접 제조 공장을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면(실제로도 어렵다), 유통 채널에 가서라도 한 번씩 실제와 마주하는 것이 feasibility의 레벨을 엄청나게 올려줄 수 있다.
6. 나가서 만나봐라! 서베이 100명이 중요한 게 아님
본인들의 주장을 back up 하기 위해 서베이를 많이 하고 있었다. 본인들이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또한 합리화의 back up으로 좋은 방법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서베이의 특성상 대부분 긍정적인 대답을 줄 수밖에 없고, 또한 조사하는 입장에서는 그것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베이 100명의 결과가 모두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사업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나가서 잠재 고객을 관찰해보면 어떨까?
엄청나게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들이 아니라면, 이미 소비자는 제품/서비스 형태가 아니라도 이미 유사한 방법을 통해 활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파펨의 경우도.. 제법 많은 수의 user들이 본인들이 구매한 향수를 소분해서 쓴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나가서 관찰을 해본다면 단순히 서베이 100명의 결과보다도 좋은 insight를 얻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
7. 가정이 가정을 낳기 시작하면 좋은 소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발표의 flow를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논리적인 point에서 가정이 하나 나오고.. 그 뒤에 또다시 다른 가정이 그 위에 세워진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이러한 제품/서비스는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즉 back up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펼쳐 좋은 아이디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건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이 1) 냉장고 문을 열고, 2) 코끼리를 넣고, 3) 문을 닫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차라리 엄청나게 큰 냉장고를 가져와서 5톤짜리 코끼리가 들어가도록 하겠다는 말이 더 현실적이다.
한 단계 한 단계를 차근차근 검증해나가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고민을 하고 실행을 하자.
8. 파워포인트는 파워도 없고 포인트도 없다! 먼저 글로 써보자!
발표를 위해서 모두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직은 열흘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고민을 해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파워포인트를 beautify 하는데 엄청나게 시간을 쓰고 있었다.
언젠가 강연에서 발표자 분이.. 준비하신 파워포인트 자료를 켜지도 않고는 강의를 진행하시며..
파워포인트는 파워도 없고 포인트도 없다!!
라는 멘트를 하신 것이 기억이 났다. 발표 준비하던 친구들도 A4 용지를 꾸미기 위해 사진을 넣고 빼고 또 글자 위치를 바꾸고, 그래프를 그리고.. 흠.. 그런 것들은 본질이 아니다.
그 시간에 주제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하고, 파워포인트는 제출 이틀 전에 만들어도 충분하다.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파워포인트를 아예 켜지 말고, bullet point를 통해 계속해서 전달해야 할 message를 정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workflowy.com와 같은 서비스가 더 파워풀한 도구가 될 것이다.
9. 실제로 한번 팔아보는 것을 가정해보자!
좋은 상품/서비스를 이미 다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그것을 주변 타깃 고객에게 판매한다고 생각하고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제시할 가격이 과연 고객이 수용할 만한 수준인 것인지? 우리가 설명할 때 사용하는 key word가 정말 고객들이 관심을 가져 볼 만한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해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그곳에서도 많은 보완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내가 기획한 서비스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지? 물론 10명에게 시도했을 때, 10명 모두 사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고객들의 다양한 배경, 니즈를 하나의 제품이 모두 만족시켜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 5명 정도가 구매하겠다고 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sign이라는 생각이고, 만약 한 명도 사지 않겠다고 한다면..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10. 발표 준비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발표를 듣는 사람들(심사를 하는)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당일날 한 팀이 15분씩만 발표한다고 해도 엄청나게 지루한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럼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그분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서두부터 그 아이디어부터 빵! 터트려 본다면 관심도를 쭉 높이는 방법도 좋을 듯하고, 혹은 하나하나 조곤 조곤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면, 다른 전달방법.. 예를 들면 동영상을 사용할 수 도 있겠고.
파펨이 지난 '15년 11월 11일 LOTTE Startupday에서 발표를 할 때 고민했던 것은, 당일 10개 회사가 발표를 하는 중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제품에 대한 설명을 더 잘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다가.. 파펨의 핵심은 "향"이고 그것을 반드시 체험하게 해주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참석자들이 발표장(롯데시네마)에 입장하기 몇 시간 전, 모든 좌석의 책상 아래에 향수를 Spray 한 시향 지를 밀봉하여 부착해 두었고, 발표 중에 그것을 참석자 전원이 시향 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이러한 시도들이 좀 더 발표자의 발표에 집중력을 더해줄 수 있는 요소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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