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것도 바쁜 스타트업에게 비전(vision)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파펨(paffem)에게도 지금 당장 비전이 있다고 해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향기 사업이 더 잘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왜 이 작은 회사가 비전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될까?
물론 정확한 답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로는
1)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이유
예전 경영학과 수업에서 주식회사의 존재 이유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내용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물론 맞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벌어주는 것 외에도, 이 기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없다면 그것 또한 공허한 일이다. 엄청난 부를 만들어냈지만, 내가 이 세상에 그 부를 가지고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없다면... 그것 또한 비참할 듯
2) 하루하루 0.1mm 라도 성장하기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한걸음을 떼는 것과, 그냥 일단 한걸음을 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머릿속에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그 고민이 하루의 노력에 묻어날 것이고,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주변에는 그것을 도와줄 운과 사람, 기회가 생겨나기 마련.
(아래의 수식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이라 나도 한번 인용해 봄)
1.01^365=37.8
0.99^365=0.03
3) 꿈이 없다면.. 갈 길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같은 스타트업 내에서 공유되고 공감하는 꿈이 있다면, 그 길이 힘들더라도 서로 응원해 가면서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 희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에너지가 느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기 때문.
그런 차원에서 파펨은....
파펨은 "후각의 객관화"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후각이라는 영역은 인간의 인지의 10~15% 정도를 차지하기에 중요도가 높지 않아, underdeveloped 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 외에도 후각의 영역은 객관적으로 표현이 어렵다는 점도 크다. 즉, 난이도가 높다는 것인데.. Color는 채도와 명도, 그리고 3 원색의 조합을 통해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청각의 경우는 인간들이 다양한 기준(길이, 높낮이, 진동폭 등)으로 이미 표준화가 진행되어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을 듯.
몇 년 전 Google이 Google Nose beta 가 출시되었음을 알렸는데, 검색한 키워드의 냄새가 랩탑, 스마트 폰 등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음. 난 이게 만우절 농담인지 모르고 (ㅡㅡ;;), 진짜 세상이 많이 발전했구나 역시 구글!!!...이라고 생각하였으나.. 너무나도 진지한 만우절 장난이었다는.... You tube 동영상 (꼭 한번 보시길.. 구글이 어찌나 진지하게 이 동영상을 만들었는지 ㅜㅜ)
장난이었지만, 당시에 그 영상을 보면서.. 저런 기술이 있으면 좋기는 하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내가 그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vision을 가진 startup을 만들게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물론 파펨이 당장 이러한 기술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고.. (아니.. CAN NOT 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저 방향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만들어가다 보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회사나 친구를 만날 것이고, 또 함께 고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고 또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누가 알겠나..)
물론 이 세상 어느 누군가는 이러한 것들을 이미 실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TED에서 이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제목은 The Science of Scent by Luca Turin (2005)
2005년에 제작된 것이니, 꽤 오래전 것이고 아마도 그 이후로 엄청난 발전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동영상 15분을 투자하기 어려운 분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면.. 각각의 물질에서 냄새가 다른 이유는 1) 분자의 모양이 달라서.. 혹은 2) 분자의 vibration(진동) 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발표를 하는 Luca Turin이라는 분은 분자의 진동으로 냄새의 차이를 설명한다. 놀라운 것은, 이 사람의 회사에서 이러한 분자의 진동을 계산하여 세상에 있는 물질의 냄새와 거의 비슷한 것을 직접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냄새를 만들어 내는 것이 향을 가지고 있는 물질에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분자를 합성하여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파펨의 조금 더 long-term 비전도...
냄새를 생성해 내는 tool을 만들자.
이를 통해.. 향후 VR/AR 영역에서 체험자가 시각/청각 정보뿐만이 아니라 후각을 통해 reality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이해서는 먼저 후각의 객관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하늘에 달려 있는 비전까지 가지 위해서 파펨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조금은 다르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면 많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파펨은 현재 fragrance commerce business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파펨은 이렇게 출시한 향기들을 성분과 image 등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향수를 추천해 줄 수 있는 알고리즘, PerfumeTeller 의 version 1을 출시하였다.
비전이 너무 tangible 한 것도 문제일 수 있겠고(금방 달성 가능하니..) 너무 뜬구름을 잡아서도 안 될 것이며, 비전을 향해서.. 꾸준히 가다 보면 닿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비전이라는 생각이다.
추가로 아직은 파펨이 생각하고 있는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기사 검색에서 Feelreal (feelreal.com)이라는 회사의 기사를 보았는데, 이 회사도 VR에서 후각을 체험할 수 있는 device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1초 정도 들었지만, 이런 실천을 하고 있다는 기업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 ^^;
이 회사의 제품도 아직은 pre-order 단계이고, 게다가 아직은 수준이 높지는 않은데, 몇몇 가지 향기 ample이 들어있는 것을 helmet에 장착하고 이와 관련된 화면이 나올 때를 프로그램으로 setting 해두면, 그때 그 향이 나오는 방식이다. 즉, 아직 높은 수준을 구현했다기보다는.. 4DX 극장의 장비 수준을 개인용으로 만든 정도라고나 할까? 이전 구글 동영상 정도의 제품은 언제쯤이나 출시될 수 있을까?
이 회사도 아직은 초-초보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각과 청각을 카메라와 마이크에 담아서 다른 곳으로 보내는 기술이 이미 충분히 발전한 만큼, 후각의 영역에서도 이러한 발전이 속속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물론 우리는 아직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당장은 향기 관련 제품을 만드는 commerce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 지금 당장 뭣이 중한데?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먹고사는 것이 중하지요!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No Rush! 천천히 만들어가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또 중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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