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와 고객을 매칭 해주는 '모멘트립'에 가는 길은 조금 험난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인다 했더니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있더군요. 숨을 헉헉 거리며 어여쁜 벽화 길을 굽이굽이 지나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을 법한 아기자기한 2층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에서 김호근, 김은비 공동대표, 이지은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순간(moment)을 여행한다(trip)는 뜻의 '모멘트립'을 가는 길은 이름만큼 더팀스에게도 아름다운 '순간'을 '여행'하게 해주었습니다.
Q. 모멘트립 사무실은 카페인가요?
모멘트립에서는 온라인으로 사진작가와 고객을 매칭 하는 사진 촬영 마켓플레이스, 모멘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주요 업무 사무실은 용산에 있고요. 더팀스가 방문한 종로구에 위치한 트래블링크(Travellink)는 카페이면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팀원들은 일정에 따라 용산과 종로를 오갑니다.
트래블링크에서는 벽화마을을 보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대여해주거나 포토그래퍼가 상주해 스냅샷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카페를 준비하던 지인이 이 벽화마을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같이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지인이 10년 간 중국에서 살다 온 중국통인데요. 향후 모멘틱도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기에 이곳에서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 관광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 공동대표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자동차공학과 남자와 홍보광고학과 여자가 만나다.
저는 홍보광고학과를, 김호근 대표는 자동차공학과를 전공했는데요. 저희는 문화기획을 하는 '뮤니브'라는 창단 멤버로 2012년에 처음 만나 호흡을 맞췄어요. 전공 외로 사진 공부를 했던 김호근 대표가 모멘틱 아이디어를 내며 함께 하자고 제안했어요. 100여 명의 동아리 팀원들과 밤을 새우는 일도, 비즈니스 관련 교류도 많았는데 김호근 대표와 업무 호흡이 잘 맞았어요.
김호근 대표는 주로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고, 김은비 대표는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시킨다고 합니다.
Q. 상호보완 관계라지만 문과생과 이과생은 어떻게 가까워지게 된 것일까요?
잊히는 것을 그리워하다, 두 대표는 노스탤지아(nostalgia:향수)를 느낀 학생이었다.
저희가 활동했던 뮤니브는 대학가의 상징적인 문화이벤트, 대학가요제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해 대학생들의 힘으로 다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만든 동아리예요. 대학가요제를 모티프로 한 뮤니브 콘서트를 매년 1회씩 개최하고요. 후배들이 올해 3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성세대 놀이 말고는 놀 거리가 거의 없는 대학 문화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소풍, 전시회 같은 이벤트도 만들고 있어요.
Q. 플랫폼 본질을 알아가다
이해관계가 다른 양측과 소통하는 법
포토그래퍼와 고객을 이어주는 '모멘틱'과 뮤지션과 대학생을 이어준 '뮤니브 콘서트'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관객에게는 이 행사 취지를 전하고 즐기게 하는 게 중요했고, 무대에 서는 뮤지션에게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했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니즈를 파악해 충족시켜주는 게 플랫폼의 본질인 거 같아요. 모멘틱에서도 포토그래퍼와 고객의 니즈는 다릅니다.
서로 다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진에 대한 전문지식이 깊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어 온 김호근 대표가 포토그래퍼와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고객과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김은비 대표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습니다.
60여 명의 등록된 작가와 모두 만나다
모멘틱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작가님들과 관계가 끈끈해요. 작가 등록을 하기 전에 직접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하루에 두세 개의 미팅을 잡아 일주일 내내 한적도 많았죠. 한 번 뵙고 나면 훨씬 소통하기 수월해지죠. 서울 지역뿐만 아니라 부산, 일본에서도 작가들을 직접 찾아뵀는데요. 모멘틱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했을 때 제 자식이 태어난 것 마냥 축하해주셨어요. 고객들은 사진작가에게 최고의 사진을 받고 싶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가 어떻게 작가님들을 모시는 지에 따라 좋은 서비스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Q. 모멘트립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요?
월요일에 김은비 대표가 만든 웨이크업(wake-up) 미팅을 통해 지난주 했던 일과 이번 주 할 일, 회사의 목표 등을 공유해요. 뮤니브에서 백여 명의 팀원과 일하면서 개개인이 어떠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죠. 그게 퍼포먼스까지도 영향을 주고요. 그래서 인턴부터 팀원까지 모두 주최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가령 사소하지만 저에게는 점심 결정권이 없습니다. 또 저희가 얼마 전 마케터 채용 공고를 냈는데요. 이지은 디자이너가 만든 직원이 곧 회사다라는 카피를 사용했습니다.
Q. 이지은 디자이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인턴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제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요. 상상만 하고 직접 하지 못하죠. 여기서는 제가 아이디어를 말해 디벨롭하면 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 금방 회사와 제가 동화되더라고요.
Q. 모멘트립만의 특별한 사내 복지가 있나요?
사소하지만 팀원 스냅 사진을 찍어주고요. 저희 사무실에는 생화가 배달돼요. 저는 남자라 처음에는 생소했는데 확실히 사무실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웃음)
Q. 어떤 팀원을 원하나요?
팀원끼리 코드가 맞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팀원이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에 겁내기보다는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지은 디자이너는 '재미있는 팀원'이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재미라는 게 사람들이 어떤 것에 공감하는 지를 알고 소통하는 과정이기에 그런 팀원을 원한다고 합니다.
Q. 모멘틱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내년 초까지 최소 백여 명의 작가들을 등록시키고 작가와 고객이 쉽게 메시지를 오가고 결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예정입니다. 모멘트립이라는 이름처럼 회사 이름에 맞는 일을 하고 싶어요. 회사 내부에서는 팀원끼리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팀원들이 고객들의 촬영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창업도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실패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팀원들과 함께 겪어내고 같이 만들어내고 싶은 거죠.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으로
모멘트립이 작가님들을 위해 자체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어 저렴하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