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의 고예진 대표를 만났습니다. 고 대표는 팀터뷰를 하면서 정리된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두세 문장을 말한 후 숨을 고르고 또 머릿속을 정리하며 다시 말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고 대표는 대학생활 내내 과외를 하러 다녔다고 합니다. 그녀가 과외를 하면서 품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창업의 도시에 입성했습니다. 오누이는 모바일 수학 질의응답 서비스입니다.
Q. 과외를 하면서 느꼈던 문제를 오누이 서비스로 만들었는데요.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12년도에 워킹홀리데이를 하러 호주에 갔어요. 거기서 두 달 간 호주 현지인 할머니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요. 할머님이 나이가 많으신데도 열정적으로 사업을 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염소의 태반 오일을 가공해 화장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로컬비즈니스였어요. 할머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이 창업까지 이어진 거 같아요.
Q. 스물두 살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간 거죠?
저는 집도, 학교도 서울이라 혼자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2학년 때까지 학교를 다녀보니 생활이 지루 했어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1년 간 영어공부를 하고 바로 떠났어요.
Q. 호주 생활은 어땠어요?
호주에 지내면서 자기 일을 하며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니 기업에서 꼭 일할 필요는 없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당시 호주에는 버블티를 파는 공차 프랜차이즈가 있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왜 없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우리나라에 상륙해 한동안 버블 티 바람이 불었죠. 그런 걸 경험하면서 해외를 나가야 다양한 사업 아이템도 발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호주에서는 레스토랑, 농장, 카페에서 일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시티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에서 일했는데 서울에 있는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농장으로 떠났어요. 쉽진 않았죠. 다윈 북부 바나나농장에서 일했는데 평균 40도가 넘었거든요. 일하면서 일사병도 걸리고 체력의 한계에도 도전해봤어요. 그래도 돈을 많이 받았어요. 그 돈으로 두 달간 친구랑 호주 동부 지역으로 로드트립을 떠나기도 했어요. 직접 운전하고 다니면서 여자 둘이 텐트도 직접 치고 그랬죠.
Q. 여자 둘이 외국에서 캠핑을 다니다니 그때부터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정신이 있었네요.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만 들어도 치열하게 살아 온 느낌인데 대학교를 다닐 때는 어떤 경험을 했나요?
저는 도시공학을 전공했는데요. 매주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미션을 수행했어요. 그러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던 거 같아요. 주민 인터뷰도 하고, 지역 현황도 살피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아야 했던 거죠. 그런데 단순히 솔루션만 내는 게 아니라 컨셉트에 맞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해 디자인 툴을 익혀야 할 때도 있었어요. 결국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어떻게 현실에 맞게 표현할 수 있는가였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공부하고 연구도 해야 했어요. 건설 쪽이라 사이클이 긴 편이죠.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결과를 바로 바로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지금의 모바일 서비스 사이클은 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대학 때는 수업 듣기만도 힘들었던 거 같아요. 매학기 메인 프로젝트도 있었는데요. 학기마다 특정 지역을 선택해 재개발 계획이나 재건축 계획을 세워 교수님과 외부 전문가 앞에서 발표를 하는 거예요. 그 때 팀플레이를 엄청 했어요. 1년에 두 번 씩, 8번을 했죠. 저희 과가 PT과라고 불릴 정도로 발표를 정말 많이 했어요. (웃음) 발표를 많이 하면서 느낀 건 성공적인 발표 여부는 준비를 얼마나 깊게 했냐와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에 달려 있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 PT발표 전에는 해야 할 말을 정리해 다 외웠어요. 발표 내용을 잘 알아야 여유도 생기고 그 여유로 자신감이 생겨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고예진 대표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문제로 보이는 건 호기심을 갖고 풀어내고 싶은 성향이 많아요. 이런 성향은 조직에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가까운 곳부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그게 사교육이었던 거 같아요.
Q. 그래서 선생님과 학생을 이어주는 오누이 서비스를 만든 거네요.
네 그동안 사교육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도 여전히 학부모와 학생은 부담을 느끼면서 사교육을 했죠. 과외 첫 부분에 개념 설명을 한 후에는 문제를 풀어주는 게 과외의 주 핵심인데요.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과외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죠. (평균 3개월) 그래서 합리적인 방법은 뭘까 계속 고민했어요.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죠. 가령 한 번은 수학과 대학생 10명과 고등학생 30명을 모집해 테스트를 했어요. 제가 플랫폼 역할을 하며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선생님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 질문을 하는 식이었어요. 그 답을 다시 학생들에게 전달했고요. 그렇게 2주 정도를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그러면서 가능하다는 검증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기획부터 가격, 서비스 형태에 대한 전반을 검증을 하면서 진행했어요. 오누이 서비스는 활동을 하면 많이 할수록 레벨이 올라 문제당 보상이 커져 꾸준히 해온 선생님들은 일주일에 5만 원에서 10만 원가량 현금으로 환전을 하세요. 강제성이 전혀 없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고예진 대표는 어떤 꿈을 가지고 살고 있나요?
“쫄지마 투자를 진행하시는 이희우 대표(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분은 사업계획이 곧 창업자의 인생계획인 사람을 뽑고 싶다고 하셨어요. 누군가는 인생의 목표가 사업이잖아요. 저도 그런 거 같아요. 모든 학생들이 부담 없이 똑똑한 언니 오빠들한테 학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요. 이건 여담이지만 저는 학창 시절 과외를 못 받았어요. 대학생이 돼 제가 학생들에게 과외를 해주면서 나도 과외를 받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다고 하는데 잘 몰라서 끙끙 앓을 때, 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오누이가 해주면 좋겠어요. 이걸 한평생 만들면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거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