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이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을 맡고 있는 정계원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물었더니 tvN 더 지니어스4, SBS 영재발굴단 등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 기억력 마스터(IMM) 자격증을 딴 이력이 출연에 한 몫 했다는데요. 한때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특이한 것에 더 매력을 느끼는 변화구를 사랑하는 청년입니다.
Q. 보통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데요. 창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 시절에 군대를 갔는데 거기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전에는 당연히 외국계 컨설팅 회사나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동경이 많았어요. 그런데 군대에 가보니 제가 이뤘다고 생각했던 게 아무 쓸모가 없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학교도 갔고, 거기에 만족하며 살았는데 군대에 가보니 제가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정말 할 수 있는 일, 제가 가진 생각이나 가치관이 없으면 빈껍데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걸 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Q. 군대를 다녀와서 정말 많이 바뀌었는데요. 군대를 가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요.
정말 평범한 대학생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대학생이면 한 번 즘 관심 있어 하는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 정기 공연 한 번하고 나오기도 하고요. 학점관리를 위해 시험공부도 열심히 하고, 술 마시면서 친구들이랑 놀고 이런 거였어요. 돌이켜 보니 대학교 1,2학년 때 했던 게 정말 없더라고요. 그게 콤플렉스였어요. 저의 2년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허무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개인적인 가치관이 생긴 거죠.
Q. 그래도 생각이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군대를 다녀와서 어떻게 바뀐 거예요?
군대 다녀와서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 했어요. 처음에는 음악을 배우고 싶어서 대학로에 있는 서울재즈 아카데미에 갔는데요. 너무 비싸더라고요. 2년 간 학원비가 거의 대학교 등록금과 맞먹었어요. 첫 번째 결심은 그렇게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린 거예요. (웃음) 저는 체계적으로 배우는 걸 좋아해 하려면 정말 음악 배우는 사람이 하는 거처럼 하자는 주의였거든요. 그렇게 못할 바에는 시작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거죠.
저는 경영학과를 전공했는데 창업을 준비하면서 자바와 c언어를 배웠어요. 친형이 컴퓨터공학 보안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요. 독학을 하면서 모르는 건 형한테 물어보고 했죠. 예전부터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고 대학교 때 시도도 해봤어요. 그런데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역량이 안 돼 결국 모호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서비스를 만드는데 과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프로토타입 정도라도 서비스를 만들 능력을 갖추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실행할만한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SK플래닛에서 주최하는 T아카데미에 지원했고 다행히 합격을 했어요. 그때부터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안드로이드만 공부했어요. 서울대 후문 연구공원 근처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저희 집이 노원이라 정말 멀어요. 저는 그날로 근처 고시원을 잡아서 왔다 갔다 했어요.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났고요. 그 이후 시간부터 팀끼리 서비스를 만드는 거였죠. 교육과 실전을 동시에 했어요.
Q. 도전을 하더라도 실천을 제대로 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정계원 개발자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범함은 거부하는 스타일이에요. 남들과 같은 길을 일부러 안 가는 스타일이죠. 야구에 비유하면 저는 직구는 자신 없어요. 정해진 틀에서 남들과 경쟁하면 지구력이 약해 힘들더라고요. 대신 상대적으로 변화구, 커브볼을 잘 던지는 스타일이에요. 일단 특이하다는 건 가치가 높아질 확률이 높잖아요. 또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물어보는 걸 잘해요.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질문도 잘하고 개인적으로는 결국에는 남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Q. 직구와 변화구라니..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최근에 던진 변화구는 어떤 게 있나요?
한 번은 BBC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셜록>에 빠져 있었는데요. 거기에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 기법이 나왔어요. 저게 진짜 있나 찾아보니 실제로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심지어 기억력 대회도 있었어요.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관련 다큐나 책도 보고 구글링도 했어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실제 한국에서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찾아보니 딱 한 분계시더라고요. 중년 아저씨셨는데 직접 메일을 보냈어요. 국제 대회에 어떻게 나가냐, 어떻게 준비 하냐 등등이요.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웃음) 대회가 두세 달 후에 도쿄에서 있었는데요. 그날로 도쿄행 티켓을 끊고 2-3주간 연습해서 간 거예요.
Q. 첫 번째로 참가한 대회라 떨렸을 거 같은데요. 직접 대회에 가보니 어땠어요?
대회 현장에 가보니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마치 기네스북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카드 한 팩을 1분 안에 기억하는 사람이 있질 않나.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느꼈죠. 알고 보니 다 방법이 있더라고요. 이후 그 방법론에 빠져 혼자 연습해 홍콩에서 개최한 기억력 대회도 참가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들이 회계사(CPA)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 저는 도서관에서 카드를 외우면서 대회를 준비했죠. 가끔 친구들한테 시범도 보여주고요.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남들과 다른 일을 하는 거 자체가 좋았어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훈련하다보니 매년 한 번 개최하는 세계대회까지 나갈 수 있었어요.
Q. 일을 하면서 세계대회를 준비했다니 대단하네요.
작년 12월 중국에서 세계 기억력 대회가 열렸는데요. 팀원들이 정말 많이 배려해줘서 퇴근하고 연습해서 나갈 수 있었어요.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숫자나 카드를 보면서 연습했죠. 그렇게 해서 제 목표였던 국제 기억력 마스터(IMM) 자격증을 한국인 최초로 따게 됐어요. 그 이후 SBS 영재발굴단 영재 테스트 심사위원으로 출연도 하고, 제가 주인공인 편을 촬영하기도 했고요. 그 때 패널이였던 홍진호 형을 알게 됐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지니어스에도 나가고 출판 제의도 들어와서 지금 집필중이고요.
Q. 이렇게 다양한 일에 도전하면서도 결국 창업을 하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정계원 개발자가 느끼는 창업에 대한 매력이 궁금하네요.
창업은 남이 만들어놓은 콘텐츠가 아니라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큰 매력인 거 같아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하면서 저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제 소개를 할 때 제가 속해있는 집단으로 소개하기보다 제 능력, 생각, 성과, 활동으로 설명하고 싶어요. 그중에서 오누이는 제가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성과였으면 좋겠어요. T아카데미가 끝나고 제 아이디어로 창업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작을 했으니 팀원들과 합심해 작은 성과라도 꼭 이뤄내고 싶었죠. 오누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이 나는 것도 보고 싶고 누군가는 그걸로 환전을 하는 걸 눈으로 보고 싶었던 거죠. 그게 창업의 매력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