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대학교 동아리는 팀워크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동아리는 스펙을 쌓거나 술을 마시며 단순히 친목을 다지는 장으로 전락하면서 그 빛을 바랬습니다. 사람 관계의 토양이 척박하고 배움의 순수성이 상실된 동아리들 사이에서 ‘발표와 사람이 만나다’는 슬로건을 내건 팀이 있습니다. 피티피플입니다.
피티피플은 서울, 경기 지역 내 대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는 발표 동아리 ‘팀’입니다. 함께 배움을 실천하는 동아리의 순수성을 지키며 1년간 60여 명이 함께 생활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갖춰야 할 인간 관계의 본질과 발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익힙니다.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 더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고 피티피플 팀원들은 말합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11시.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피티피플 정기 회의에 참석해 직접 피티피플 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피티피플 팀은 무슨 동아리인가요?
팀 슬로건이 발표와 사람이 만나다 입니다. 실제로 활동해보니 단지 발표 실력 향상을 넘어 사람 사이 관계가 정말 중요한 팀이에요. 피티피플에서는 자체적으로 방학 시즌 마다 발표 대회를 열어요. 200-300명 앞에서 발표를 하니 발표자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됩니다.
Q. 피티피플 팀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저희 동아리는 2007년에 만들어졌고요. 매 기수마다 활동하는 팀원은 60명 정도고요. 보통 1년 정도 활동을 해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팀원을 YB라고 부르고요. 동아리 임기를 마친 선배 팀원들을 OB라고 불러요. 피티피플 임원단은 현재 활동하는 팀원들이 결정해 선출돼요. 1년 지나고도 현직으로 또 활동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프레젠테이션 발표행사, 체육대회, 연말 파티 같은 피티 피플행사에는 YB와 OB가 모여 함께 네트워킹도 가져요.
Q. 활동해보니 실제로 피티피플은 어떤 팀인가요?
다른 동아리와 비교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동아리에요. 피티 준비하느라 날도 새우고 동아리 내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누군가는 동아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이 팀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많은 걸 얻었어요. 특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보통 동아리 같은 경우 3-4개월을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데 저희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해 깊게 알아가요.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서로 친밀도가 높지만 대학교 친구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들을 여기서 채워주는 거 같아요.
Q. 피티피플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어떤 게 있나요?
저는 발표 울렁증이 있었어요. 군대 다녀오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신입생보다 발표를 오히려 더 못 하더라고요. 발표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관련 동아리를 찾다 페이스북에서 피티피플 발표 동영상을 봤어요. 자신감 있고 여유 넘치는 발표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떨지 않고 말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발표에 끌려 합류했는데 갈수록 사람이 더 좋아지는 거 같아요. 발표와 사람이 만나다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저희 동아리에는 발표 실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요. 스포츠, 문화, 스터디 관련 소모임도 있고요. 서로 더 친해지도록 ‘둘리’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어요. 둘리를 통해 합법적으로 썸도 탈 수 있어요. (웃음) 둘이 영화를 보고 차도 마시면서 함께 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어 저희 커뮤니티 내에 올려 함께 공유하고 소통해요. 남자, 여자 관계없이 서로 원하는 사람을 지목해 만나기도 하고 동아리 내에서 짝을 지어주기도 해요.
Q.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여요. 발표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나요?
오늘도 진행하는데요. 처음 동아리에 들어오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과정이 있어요. 예를 들어 신촌이나 홍대 같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하고 싶은 말을 1분간 발표하는 거예요. 쉽지 않죠. 저는 그 때 대통령이 되겠다고 얘기했어요.
Q. 팀원마다 삶에 대한 당찬 의지가 느껴집니다. 피티피플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서로 자기 자신을 내려 놓는 거 같아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게 자기를 내려 놓는 경우가 많죠. 가면을 벗은 사람들이랄까요? 피티피플 분위기가 딱 그래요.
정말 활발해요. 처음에는 미친 사람들인가 이 생각까지 했어요. (웃음) 뭐하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잘 놀고 열심히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팀이에요.
Q. 피티피플 팀에 합류하기 전과 후의 대학 생활이 어떻게 변했나요?
전에는 발표를 굳이 하겠다고 나서는 편은 아니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서 발표하는 자리는 무조건 나가요. 그러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학교 내에서 발표 잘하는 학생으로 인식됐어요. 그러면서 피티피플에 대한 팀 신뢰도 함께 올라가서 좋았어요. 내면적인 부분도 변했어요. 전에는 성격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던거 같은데요. (웃음)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활동을 하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거든요. 상처를 받을 때도 있죠. 다양한 인간관계 이슈를 경험하면서 분쟁을 만들지 않는 방법도 배우고 친화력도 더 생긴거 같아요. 처음 피티피플에 들어오면 60여 명을 만나 서로 알아가요. 적어도 다음 기수의 팀원들까지도 알게 돼요. 그럼 80명-140여 명을 만나게 되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인간관계도 함께 터득하게 돼요.
Q. 피티피플만의 선발 방법이 있나요?
발표 동아리지만 처음부터 발표를 잘 하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커리큘럼만 성실하게 따라가면 다들 엄청난 발전을 하는 걸 많이 봤어요. 저희 동아리는 의도적으로 압박 면접을 진행해요. 1년간 활동해야 하는데 중간에 나가면 정말 곤란하기 때문인데요. 혹 동아리에 적응을 못하거나 내부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압박 면접을 통해 속내를 들어보려고 해요. 인터뷰를 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깊게 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저희 팀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합류시키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동아리 팀에 대한 애정이 50점인 사람을 70점으로 만드는 거 자체는 부모님이 개입해도 힘든 일이더라고요. (웃음) 처음부터 피티피플을 대하는 애정 자체가 정말 중요한 거죠. 단체 활동을 하는 팀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탈자가 생겨요. 한 기수에 4-5명 정도 중간에 그만 두고 팀을 떠나요. 그 나머지는 1년 동안 끝까지 활동하고요. 그래서 지원자마다 트러블메이커가 될 여지가 있는 지를 많이 보는 거 같아요. 가령 무조건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들은 저희 팀과 잘 맞지 않죠. 반면 저희 피티피플 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조사를 많이 한 사람이면 저희도 애정이 가죠. 보통 압박 면접을 하면 성격이 나오더라고요.
Q. 피티피플 동아리에서 동아리 지원자의 신분과 운영자의 역할을 모두 경험했는데 다른 점이 어떤 게 있나요?
처음 지원을 했을 때 제가 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선발하는 사람이 되니까 그런 사람보다는 여기 한군데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일주일 내내 이것만 하거든요. 공식적으로 토요일마다 모이지만 보통 토요일만 모이는 게 아니거든요. 발표 준비를 위해 거의 매일 만나고 있어요.
Q. 그간 경험하면서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기획이에요. 저희가 말하는 건 거의 식상한게 많죠. 하지만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풀어내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어떤 팀원들이 함께 하면 좋겠나요?
저희 팀은 발표 동아리라는 정체성이 있지만 발표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발표뿐만 아니라 좀 더 진심으로 대학 생활에 임하며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면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저희 동아리가 발표에서 절대 부족한 동아리는 아니에요. 경쟁 피티를 하면 저희가 우승하는 경우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