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걱정합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가 성장하고, 나도 성장할 수 있을까. ‘동반성장’은 때론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니어 개발자에서 CTO로 성장한 8퍼센트 이호성 이사와의 대화는 일과 성장, 도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개발에 입문했냐는 필자의 질문에 “어제 회식에서 마침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어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모님이 컴퓨터를 사주셨어요. 그때 프로그래밍 책이 부록으로 딸려왔는데 그때는 뭔지 잘 몰랐지만 책을 따라 무작정 코드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갔는데 입상하지 못하면서 코딩을 잠시 접었죠. (웃음) 그래도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어요.”
이호성 CTO는 카이스트 대학시절 IT벤처 시대가 도래하면서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전산과에 다니며 개발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동영상 검색엔진 개발업체 엔써즈에 들어갑니다. 다섯 번째 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회사는 3년 만에 KT에 인수되고, 2015년 KT는 엔써즈를 그레이스노트에 매각합니다.
“주니어 개발자로 회사에 들어가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백엔드(back-end)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큰 트래픽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고, 1000대에 가까운 서버를 관리하기도 했었습니다. 성공한 서비스도 만들었고, 그에 몇 배가 되는 실패한 서비스들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글로벌 회사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회사는 어떻게 일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이 탐낼만한 경험을 많이 하셨는데요. 엔써즈가 그렇게 성장할 줄 알았나요?
몰랐죠. (웃음) 당시 엔써즈에서는 구인을 정식으로 하지 않았는데, 제가 일해보고 싶다며 회사를 찾아갔어요.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대표님이 보여줬는데, 정말 일해보고 싶다고 느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났어요. 서른 명의 근무자 중 대다수가 국내 정상급 수준의 업무 스킬을 보유했습니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성장이 빠른 만큼 역할도 속도감 있게 변하는데요. 언제부터 팀을 꾸리게 됐나요?
엔써즈에 입사해 2년 정도는 개발만 했는데요. 그 후에는 3명 규모의 작은 팀을 꾸려 리드했어요.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텐데, 잘 다니던 회사에서 8퍼센트로 옮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엔써즈에서 5년 정도는 정말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런데 인수된 후 5년이 지나면서 루즈 해지는 순간들이 오더라고요. 그레이스노트 코리아 본사가 실리콘밸리에 있어 거기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아이 둘과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믿음은 있습니다. (웃음) 8퍼센트 대표님과는 간간이 만나서 합류 관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가 다음 행선지를 정할 때의 기준이 몇 가지 있었다.
- 창업을 하거나, 15명 이내의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에서 10년간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CTO로 일한다. 개발 조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꿈꿔왔던 이상을 실험한다. 회사 경영에 대해 경험을 한다.
-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따로 찾지 않아도 된다.
- 대표가 내가 존경할만한 사람으로, 가치관이 바람직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대표가 반이다.
- 성공한다. 실패하는 것에서도 배울 것이 있겠지만 성공하는 회사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 <이호성 CTO 브런치 ‘8퍼센트에 입사하기까지’ 中>
현재 8퍼센트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포함되어 있는 프로덕트 팀을 맡고 있습니다. 스크럼을 통해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QA도 하고, 개발도 합니다. 또한 회사의 구성원들이 더 멋지게 일하고 회사를 통해 성장하고 구성원들을 통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을 하면서 관리자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어떤 게 더 매력적이나요?
둘 다 재미있긴 하지만, 회사에 더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은 매니징(managing)에 더 가깝습니다. 제 업무의 50%를 사용해 멤버들의 10% 업무 효율성을 올려주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죠.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면요. 8퍼센트는 좋은 회사인가요?
8퍼센트라는 회사는 정말 매력적인 회사인 거 같아요. 누구나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하지만 우리 동료들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함께 본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느끼는 8퍼센트의 매력은 뭔가요?
개발 총괄로서 회사의 가장 큰 매력은 하나의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금리 P2P 대출 서비스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에 다른 고민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 가지를 잘 하기 위한 다각도의 고민과 노력을 하면 됩니다. 또한 이 서비스가 사회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일할 때 동기 부여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대부업이라는 불편한 이미지도 있는데요.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희끼리도 P2P금융이 겉으로 볼 때 일수가방 들고 돈 받으러 다니는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말해요. 그러면서도 저희는 늘 본질을 생각해요.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을 IT로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금융시장에 중금리 대출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 8퍼센트입니다. 중금리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을 하는 팀이고 그 일은 가치 있는 것이라고요.
팀원들이 일을 하면서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요소는 어떤 게 있나요?
회사가 잘되는 거만큼 동기 부여되는 일은 없는 거 같아요. 그다음은 회사가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거고요.
8퍼센트에서 일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실제 사례를 듣고 싶습니다.
박문수님이 계시거든요. 원래 개발 전공자는 아니고, 삼성 카드에서 일하다 개발자가 되고 싶어 회사를 나왔어요. 프로그래밍이 처음이셨죠. 저희와 인연이 돼 일을 시작했는데 첫 3개월 정도를 문수님과 함께 코세라 수업을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수업의 70-80퍼센트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그 후 실제 서비스에 쓸 수 있는 과제를 내줬고 입사 후 3개월이 지나고부터는 다른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꾸준하게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열정이 사그라질 때 이호성 CTO는 어떤 방법으로 극복을 했나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매일 토막글을 썼습니다. 약 100일 정도를 함께 썼는데요. 혼자 하면 힘든 부분인데 함께 하니 좋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글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지만 그만큼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을 거 같은데요.
네, 우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요. 특히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면 그 과정에서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더라고요. 두 번째는 채용과 회사 브랜딩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제 개인에 대한 브랜딩도 되고요.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발자에서 관리자로 롤이 바뀌면서 저 역시 지식을 얻는 것에서 경험을 얻는 패스로 바뀌었는데요. 그러한 경험을 글로 기록해 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회사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이유겠네요.
네, 회사의 구성원들과 함께 회사와 관련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올리는 글을 통해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매력을 느껴 지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마 더팀스가 원하는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채용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이력서를 받고 우선 저와 캐주얼 미팅을 하고요. 그다음 하루 이틀 정도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3개를 내드려요. 그 후 사무실에 오셔서 두세 시간 정도의 기술 면접을 보시고요.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논술 과제를 풉니다.
개발자에게 논술은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인데, 대략 어떤 주제의 문제가 나오나요?
조직 문제입니다. 가령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팀에서 어떻게 풀 수 있냐는 식의 문제입니다.
프러덕트 팀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개발을 시작한 친구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 나이가 딱 중간입니다. (하하)
앞으로 어떤 새로운 팀원과 일하고 싶나요?
당연하게도 저보다 잘 하는 개발자를 찾고 싶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업무적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들이 더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될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8퍼센트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8퍼센트는 지금까지도 중금리 시장에 영향을 많이 미쳤었는데요. 그게 시작이라 생각하고요. 작게는 우리나라 금융 환경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회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회사에서의 제 목표는 멋진 프로덕트를 만드는 멋지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언젠가 끝에 다다랐을 때 구성원들이 8퍼센트의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