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경영인편 1] 법률사무소 열음 임사라 대표변호사 “지금 포기하면 정말 원하지 않는 것"
임사라 변호사의 삶을 바꾼 것은 주경야독(晝耕夜讀). 사회 초년 시절 홍보대행사에 다니며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입학시험을 준비했다. 홍보대행사에서 한 달 평균 300시간을 일했던 근성 때문일까? 어릴 적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몽땅 읽어버리는 집요함 때문이었을까? 로스쿨 준비 1년 만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임사라 변호사는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법학적성시험 LEET(Legal EducationEligibility Test)를 스터디로 준비했다.
“LEET는 무조건 외워야 볼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의 시험은 아니에요. 독해를 통한 추론과 논리 관련 문제가 많습니다. 시험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해 직장인 스터디를 만들어 매주 목요일마다 함께 공부했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 인근에서 직장인 여섯 명이 모였어요. 매주 LEET 기출문제 1회씩을 풀어와 서로 잘 안 풀리는 문제를 함께 풀이했어요. 입학시험에서 영어능력 공인인증시험 점수도 필요한데요. 홍보 대행사에서 일할 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외국계 회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포트나 이메일 등의 업무를 영어로 진행했어요. 다행히 영어에 대한 감이 안 떨어졌던 거죠. 입사 전 토익 점수와 대학원 입학 준비 때의 토익 점수가 비슷했으니까요.”
주말에는 하루 종일 공부했고, 주중에는 틈날 때마다 공부했다.
“진짜 죽을 거 같았어요.”
힘들 때마다 세긴 마음속 한 마디는 “네가 이거를 안 하면 그렇게까지 원하지 않는 거야.”였다.
28세 로스쿨에 입학했다. 로스쿨을 다녔다고 모두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합격률은 60%, 요즘은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쌩비법(?)의 로스쿨 생존 공부법
법대나 사법고시 준비 출신이 아닌 고시나 법에 전무한 사람을 쌩비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가 다닌 충남대학교 로스쿨에서 쌩비법은 100명 중 3-4명을 차지했다.
“3월 2일, 개강 첫날 한문으로 가득한 법전을 처음 봤어요. 그러고 나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여기서 꼴찌 하면 너무 창피할 거 같아서요. 첫 학기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서른한 살에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 자격증은 최종 목표가 아닌 운전면허증 같은 거라 생각했어요. 운전면허증은 차를 운전하기 위해 취득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시험에 올인 하진 않잖아요. 변호사 자격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만 명 변호사 시대
변호사 2만 명의 시대다. 변호사 자격증만 있다고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임사라 변호사는 변호사 경쟁 시대에 본인을 최적화시키고 있다. 법무법인에서 고용 변호사로 2년을 일한 후 고향인 대전에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동기들 중에는 처음으로 사무실을 열었다.
“개업 준비할 때 전주까지 내려가 선배들을 만나면서 개업하면 어떠냐고 직접 물어보고 다녔어요. 결국 고용인 변호사의 한계가 오거든요. 매년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데 신입도 그만큼 쏟아져 나와요. 결국 연봉을 올려주는 것보다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는 걸 선호하게 되죠. 유수의 법무법인에서도 최대 10년 근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보다 규모가 작은 곳은 5년 정도고요. 매도 일찍 맞는 게 낫겠다 생각해 사무실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전문직 창업의 생존법
임사라 변호사는 스스로를 ‘변호사 4년 차, 사장 2년 차’라고 소개했다. 변호사 사무실 개업부터는 각개전투인 것. 개업 초기 일감은 법무법인에서 만났던 클라이언트를 통해 해결했다.
“법무법인에서 일할 때 조금 하드하게 의뢰인을 대했어요.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갔고요.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신뢰를 해주신 거 같아요.”
이후 적극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 온라인 홍보에 대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고 대행사나 온라인 대행사를 통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절감된 대행비를 고스란히 온라인 광고비에 집행했다. 1년이 지나자 온라인 광고비 지출 없이도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임사라 변호사는 지난해 약 1억 원의 순 수입을 벌었다.
SNS로 라이브 방송하는 변호사
작년부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도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은 변호사로 존재감도 알리고 잠재 클라이언트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제 페이스북을 통해 법률 관련 질문을 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났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과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브 방송 제목은 ‘뉴스 읽어주는 변호사’ 예요. 뉴스의 70~80%가 법률에 대한 내용이죠. 뉴스를 보거나 기사를 읽을 때 법률 지식이 조금만 더 있으면 뉴스 앞 뒤, 내막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거든요.”
방송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KBS, MBC 등의 지상파 채널 방송 출연도 했다.
“변호사가 셀프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 자체가 외부에 재미있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변호사가 아무리 많아졌다 해도 여전히 법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장벽을 허물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멘토 변호사가 있냐고 물으니 유명 블로거이자 기업분쟁연구소 소장인 ‘조우성 변호사’를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온라인에서의 활동도 왕성하시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요. 매일 온라인으로 글을 올리는 것은 엄청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건데 그 부분에서 정말 존경스럽다고 생각해요.”
달라진 로스쿨 풍토
임사라 변호사는 로스쿨의 달라진 입시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현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전공과 사회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법률가로 양성하는 로스쿨의 기존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대학 입학 후 바로 로스쿨을 준비하거나 심지어 고등학생 때부터 준비한다고 들었어요. 또 로스쿨 입장에서는 변호사 자격증 합격률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린 분들이 더 성적이 좋을 거라는 편견도 있는 거 같아요. 저는 로스쿨 3기였는데 지금은 10기 정도 되거든요. 그래서 그때의 저처럼 준비하면 입학이 힘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직장을 다니시는 분 중 경력을 어느 정도 채우고 시험 준비를 하시겠다는 분도 계실 텐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야 할 거라면 가능한 한 빨리 준비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병원 전문 경영 컨설팅 회사
임사라 변호사는 홍보 회사 A.E (Account Executive) 출신답게 앞으로 변호사 커리어에 홍보를 결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의 부티크(Boutique)를 언급했다. 소송이 많이 있는 미국에서는 소송 관련 언론 (press)을 관리(management) 하는 전문 소송 홍보 펌이 있는데 이를 부티크라고 부른다고 했다.
“전문 분야의 홍보 펌부터 시작하고 싶은데요. 저는 병원 홍보 컨설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병원 개업 및 운영에 필요한 법률, 노무, 인사, 마케팅 및 홍보 등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전문 경영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싶고요.”
오는 하반기에는 병원 스타트업 ‘닥 프렌즈’와 협업해 병원 경영에 필요한 법률 관련 케이스를 정리하면서 책 출판을 계획하고 있다.
팀터뷰 후기
팀터뷰는 금요일 저녁 더팀스 서교동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주말 동안 서울에서의 스케줄을 위해 대전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지낸다고 했다.
금요일 저녁 인터뷰 일정을 시작으로 주말에는 강의 및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평소 법률 소송과 상담 업무 시간 외에는 온전히 사람을 만나는 것에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의 운동 시간과.
“짧지만 살면서 익힌 건 결국엔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