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놀담의 CTO 이경욱이라고 해. 초기멤버로서 놀담에 합류하게 되었지. 현재는 놀담의 모든 개발 업무를 맡고 있어. CTO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해 보이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의 임원진들은 회사의 대소사를 모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가장 말단과 마찬가지야ㅎㅎ(스타트업 임원진이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죠?TT)
현재는 리액트 네이티브라는 모바일 기술로 선생님 앱과 학부모 앱을 따로 만들고 있어. 주력으로 맡고 있는 업무를 이야기 하자면 학부모 앱에 80% 정도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 거 같아. 그럼 서버는 누가 담당 하냐고? 그것도 내가 하고 있어. Node.js를 활용해서! 랜딩 페이지가 필요하면 리액트JS로 가볍게 하지. 선생님 앱은 리액트 네이티브로 이미 출시 완료 되었고, 학부모용 앱은 아마 8월달쯤 런칭할 거 같아.
지금은 어마어마한 양의 스타트업 일을 소화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인연에서 시작했어. ‘언더독스’라는 소셜 벤처 스타트업이였지. 거기에서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문미성 대표와 내가 1기로 참여 했어. 당연히 서로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심지어 첫번째 팀 구성 때에는 같은 팀도 아니었어. 그러다가 언더독스에서 무작위로 팀을 섞었는데 문미성 대표의 아이디어에 내가 참여하면서 첫 인연이 시작되었지. 당시에는 놀담 아이디어도 아니었고 워킹맘과 관련한 아이디어였어.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형편 없었지. 3주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같이 일을 해보면서 문미성이라는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 시기였어.
그럼 지금의 놀담 아이디어는 언제 나온거냐고? 황당하게도 언더독스 프로그램 디데이를 5일 앞둔 시점에서 나왔어. 갑자기 문미성 대표가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은 거 같다고 팀에다가 선전포고를 했거든. 3주동안 열심히 워킹맘 관련 서비스로 연구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새로 나온 놀담이라는 아이디어가 훨씬 좋았어. 하지만 당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어. (5일만에 발표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했으니...) 언더독스 대표님은 심지어 화까지 내셨지. 그러나 다들 놀담 아이디어를 들어보고는 납득을 하였어. 정말로 기존 아이디어보다 훨씬 좋았거든. 그렇게 시작한 아이디어를 3년 넘게 끌고 오게 될지는 나도 몰랐지만 말이야.
문미성 대표는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았어. 자기만의 캐릭터가 확실하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같은 팀을 하고 싶지 않았어. 날라리 같았거든. 지각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언더독스 프로그램을 졸업하고서도 태도가 크게 바뀌지 않아서 한번은 나와 다른 팀원 한명이 이런 태도를 가진 대표와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나온 적도 있었어. 어쩌면 그때가 가장 큰 위기였던 거 같아. 하지만 놀랍게도 문미성 대표는 대단한 변화를 보여 주었어. 스스로 놀담이라는 서비스에 애정이 강했고, 그만큼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그때 깨달은 거 같아. 그 후로는 단 한번도 실망시키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가 놀담에 들어온다면 대표로서는 충분한 리더십을 가진 문미성을 경험할 수 있을 거야.
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원래부터 개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은데, 나는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 아니야. 전기전자 출신이야. C언어도 1학년 때 교양으로 들은 게 전부였어. 근데 군대에 있으면서 스스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그런데 당장 할 줄 아는게 없었지. 무언가 만들 줄 아는 능력이 필요했어. 그래서 전역을 하자마자 개발이라는 세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지. 코딩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했고, SOPT라는 IT대학생 연합 동아리에도 가입을 했어. 독학을 할 때에는 정말 재미있었어. C언어 기본책을 사서 공부를 하고 블로그에 간단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올렸어. 문제는 안드로이드를 공부하면서 였지. 그때부터 쉽지 않았어. 그래서 동아리를 선택했고 멘토를 찾아서 물어보거나 다른 친구들과 커리큘럼을 따라가며 기본적인 수준까지 올라오게 되었어. 만약 개발을 홀로 공부를 하고 있다면 그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타인과 같이 해보는 게 가장 실력을 늘리는 좋은 방법인 거 같아. 동아리에서 마지막 2주동안 8명이 앱을 만들기 위해 협업을 하면서 내 실력이 가장 많이 늘어났던 거 같아.
비전공 개발자와 좌충우돌 대표는 이렇게 실력을 키워 나가는 과정을 거쳤어. 원래 전공자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앱도 만들고 투자도 유치했는지 궁금하지? 언더독스 프로그램 이후에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했어. 놀랍게도 페이스북 커뮤니티 피드로 고객을 유치했더니 무려 20건의 매칭을 성사 시켰어. 우리 사업에 확신을 가졌던 순간이기도 해. 내가 앱을 만들어야 하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어. 개발이라는 게 단순히 기획과 디자인이 정해지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완벽히 공감해야 진짜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이후에 앱을 만드는 데에는 총 6-7개월 정도 걸렸어.
내가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왜 개발자를 더 충원하지 않았냐고 다들 물어 보더라고. 나도 합이 맞는 좋은 개발자가 있으면 정말 같이 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내가 몸담았던 SOPT 동아리에서도 인재를 유치해보고 했지만, 스타트업 마인드를 가진 개발자를 찾는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었어.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내가 다 감당해가며 여기까지 끌고 오게 되었어. 여전히 스타트업 마인드를 가진 개발자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면 우리 팀에 문을 두드려줘!
스타트업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거지만 나는 놀담을 운영하며 크게 3가지가 어려웠어. 첫번째, 한가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던 중에도 비즈니스 파트에서 데이터 변경 요청이 들어오면 시급하기 때문에 수정을 해야해. 그러다 보면 한가지만 깊이 있게 고민하기 어려워져. 두번째, 시간이 항상 부족해. 아무리 앱이 완성되었다 할지라도 버그가 계속 발생하는데 잡아가면서 하려니 속도가 더뎌졌어. 세번째, 큰 그림을 보기 어렵다는 것. 개발을 내가 다 맡아서 하다 보니 자잘한 개발까지 내가 다 소화해야 해. 전체적인 방향성을 보고 데이터도 잘 다루고 싶은데 그게 정말 어렵더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의 열망이 그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데 꿈과 희망을 가지는 건 맞지만 그걸 바라고 오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닌 거 같아. 혼자 공부하려는 강렬한 의지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잘 맞는 거 같아. 특히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그걸 헤치고 나갈 힘은 필수야!
글은 전체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했지만 놀담을 하며 항상 마음 속에 걸리는 건 우리 대표야. 솔직히 이제는 일을 좀 줄였으면 좋겠어. 처음 봤을 때는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너무 책임감을 어마어마하게 가지길래 걱정이 되네. 6시 퇴근으로 정해 놨는데 본인은 퇴근을 안해요. 이제는 본인 생활도 챙기면서 어느 정도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