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본인과 회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브로컬리(Blocally) 대표 김지영입니다. 저는 원래 광고회사의 캠페인 플래너로 근무했었어요. 서울시 도시브랜드 캠페인을 담당하며 지역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퇴사 후 현대자동차의 투자프로그램에 선정이 되면서 브로컬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브로컬리(Blocally)는 ‘브랜드(Brand)의 지역화(locally)’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여 리브랜딩을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현재는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여 비건 화장품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지역 공유경제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Q. 지역 리브랜딩이라는 사업 아이템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특별한 계기 같은 것이 있나요?
광고회사 재직 당시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한 ‘마음약방’이라는 캠페인이 큰 계기가 되었어요. 한국의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의 시민들은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죠. 현대인들은 일상에 많이 지쳐있고, 스트레스가 많잖아요.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캠페인에 대해 고민했어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같은 것인데, 자판기라는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치유해주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자판기에 500원을 넣고 ‘월요병 말기’를 선택하면, 회사를 떠나라는 문구와 함께 티켓이 담겨 있는 위트 있는 처방전이 나오는 것이죠. 매체비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바이럴로 인해 참여율도 높았어요.
‘마음약방’ 캠페인은 저에게 있어서는 도시 브랜딩, 나아가 지역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우리나라의 지역들은 다들 하나같이 서울과 똑같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점령하고 있고, 지역만의 특색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지역만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공간이 많은데 말이죠. 퇴사를 하고 런던 쇼디치나 쿄토로 여행을 다녀보니,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고 재생하는 사업을 굉장히 잘 하고 있더라고요. 업무적인 경험과 이런 개인적 배경이 더해져서, 광고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끔 하는 지역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브로컬리 팀 구성원은 몇 명인가요?
저를 포함해서 현재 4명입니다.
Q. 구성원 간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희는 꾸준히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팀이기 때문에, 따로 또 같이 일하고 있어요. 우리만의 브랜드를 다같이 고민하고 기획하지만, 실행을 할 때는 각각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죠. 컨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팀원,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팀원 등으로 업무 분배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팀 구성원들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과 코워킹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인원이 적은 만큼 브로컬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대표님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조직문화란 어떤 것인가요?
아직은 조직문화를 그려나가는 중인 것 같아요. 충분한 복지와 보상체계는 어려움이 있지만 성과와 역할이 보다 명확해진다면, 아이디어 노마드로 일하는 형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조직구조에요. 구성원 각자가 본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필요할 때는 모여서 코워킹을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저는 새로운 팀원이 들어올 때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한 권씩 선물해요. 개인적으로 인생과 일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책이거든요. 광고회사를 다닐 때는 아무래도 업계의 특성상 업무가 굉장히 타이트해서 오롯이 나 자신의 시간이란 것이 없었죠. 그래서 업무를 다하면서도 본인의 삶을 지키고, 나만의 삶이 다시 업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하고, 그러면서 브로컬리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게 목표입니다.
Q.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태도는 무엇인가요?
권한과 책임입니다. 대기업처럼 수직적인 기업문화에서는 책임과 권한이 좁고, 그러다 보니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고 오너십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굉장히 빠르고 유연하게 돌아가는 만큼, 구성원 개개인에게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필요하구요. 저희 브로컬리도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알고 있는 팀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Q.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되는 우리 회사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가장 큰 특징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것이죠.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전 과정을 A부터 Z까지 전부 다 경험할 수 있어요. 브로컬리의 구성원들은 광고대행사 또는 컨설팅 회사 출신들이다보니,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여기서는 우리 스스로 브랜드를 기획하고 생산하며,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협력사와 함께 한 팀처럼 일할 수 있는 방식이죠.
물론 이런 부분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규모가 큰 기업에서는 정해진 체계의 특정 영역에서 일을 하게 되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브로컬리는 우리만의 업무체계와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죠. 그렇지만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았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실제로 브로컬리 1호 브랜드의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적이었고, 고객님들의 긍정적인 후기와 반응을 보았을 때는 아주 감격스러웠습니다.
Q. 보통 브랜딩이나 광고회사라고 하면 야근이 많은 이미지를 떠올리곤 하는데, 브로컬리는 실제로 어떤지 궁금해요.
스타트업은 각 시기에 따라 일의 성격이나 업무량이 달라져요. 창업 초기에는 어떤 브랜드, 어떤 제품을 만들지 사업모델에 대해 아이데이션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업모델이 결정되면서 리서치와, 지방 출장 등 필드에서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등 실무가 많아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는 정말 바빴고, 야근도 많았어요.
요즘은 일 자체보다는 업무 의견 조율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어요. 내·외부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회의를 많이 하거든요. 다른 전문가들과 업무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은 사실이니까 야근에 대한 룰은 정해놓고 있어요. 전날 야근을 하면 다음날 늦게 출근하는 식으로요. 또 업무량이 많으면 쉽게 지칠 수 있으니, 팀원들끼리 문화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리프레쉬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한달에 한번씩 인사이트 투어링을 하면서 맛집도 가고, 전시회나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해요. 또 2년 장기근속을 했을 시에는 디지털 노마드로 일할 수 있는 제도도 있어요.
Q. 브로컬리 창업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미있었던 일화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지역 리서치 할 때 직접 농가를 찾아가고, 농부님도 만나면서 지역 출장을 많이 다녔어요. 다같이 차를 타고 갔는데, 팀원들 중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저 혼자 운전을 했어요. 8시간이 걸리는 정말 긴 거리였어요. 그런데 다들 옆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꼭 운전하실 수 있는 분을 채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고요.(웃음) 이렇게 재밌는 에피소드 말고도, 심각했던 상황들도 있었죠. 실제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누락되는 것들도 있었고, 그런 것 때문에 팀원들도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저는 항상 실패의 비용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실패가 성장하는 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실수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 프로세스를 정립해나가고 있습니다.
Q. 평소 대표님이나 구성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하시는 노력이 있나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이나 문화생활도 지지하고, 한달에 한 권 도서 구입과 업무에 필요한 교육도 지원하고 있어요. 예전에 팀원 한분에게 마케팅 교육을 지원해줬던 적이 있는데, 주말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교육이라서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힘들지 않고 너무 좋았다고,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회사는 개개인의 성장을 위한 곳만은 아니지만, 개인의 성장 없이 회사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브랜딩이나 광고 기획에 있어서 아이디어 뱅크 같이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유리한지 궁금해요.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창의력은 결국 의지와 열정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 문제에 대해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그다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던 마음약방 캠페인도, 사실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으로부터 나온 것이었어요. 이렇게 현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로 다듬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팀원을 보는 기준이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열정과 의지가 얼마나 높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죠.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들여다 보려고 해요. 그래서인지 우리 팀원들의 공통 분모는‘진정성’이에요. 다들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거든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채용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필요한 팀원은 디자인과 컨텐츠 제작 분야에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브랜드와 제품을 낼지 즉 What에 대한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how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이니까요.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담을지 그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팀원을 구하고 있습니다.
Q. 지원자들에게 바라는 점, 혹은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면접 보러 오시는 분들께 항상 하는 말이, “우리 진짜 힘들어요”에요.(웃음) ‘브랜드 기획’이라고 하면 멋있어 보이잖아요. 회의실에서 멋있게 PT를 하고 예쁜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하지만 저희는 하나의 브랜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초기 리서치부터 런칭 후 실무적인 부분들까지 다 해내야 해요. 먼 공장에 가서 테스트도 해보고, 지방에 가서 농부님도 뵙고, 미팅을 다니면서 영업도 하고, 택배도 포장해야 하고, CS 업무도 해야 하구요. 이런 것들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전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Q. 올해 브로컬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온도(owndo°)'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버려지고 있던 전남 화순의 구절초라는 식물을 이용한 비건 화장품인데,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못난이 과일을 이용한 화장품브랜드 ‘어글리시크(UGLY CHIC)’도 런칭 준비 중에 있고, 화장품뿐만 아니라 이너뷰티, 라이프케어 상품들도 출시할 계획이에요. 올해는 이 두 가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소비자들과 브랜드로 소통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